KHRD info@khrd.co.kr
▲ 김진해 교수는 학생들과 예의 있는 반말로 대화하는 평어수업을 진행 중이다.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교수가 예의 있는 반말로 대화하는 수업. 무척 낯선 풍경이다. 이런 ‘평어수업’을 진행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은 김진해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다. 사람은 누구나 우여곡절을 겪고 그때마다 좌충우돌하며 스스로를 도야해서 성장해야 한다. 즉 이질성과 오묘함 속 다양성과 존중의 교차는 사람다움을 바로 세우는 요인이다. 그렇기에 ‘말’로써 학생들이 내적 균열과 관계의 재정립을 경험하며 전문성과 품성을 고루 갖추도록 헌신하고 있는 김진해 교수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진해! 이런 수업 해줘서 너무 고마워.”
김진해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이 전하는 감사의 인사다. 김 교수가 이렇게 반말이 오가는 수업을 기획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그는 『푸른 눈, 갈색 눈』이라는 책을 언급했다. 여기에서 미국의 초등학교 교사 제인 얼리어트는 1968년 4월 4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당했을 때, 다음 날 수업에서 3학년 아이들을 ‘푸른 눈’과 ‘갈색 눈’이라는 집단으로 나눴다. 그리고 어느 날은 ‘푸른 눈’에, 다른 어느 날은 ‘갈색 눈’에 특혜를 줬다. 그러자 두 집단은 서로를 차별하기 시작했다. 독특한 경험을 했던 학생들은 성인이 되고 다시 모였을 때 차별과 편견의 위험성과 공감과 존중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직접체험이 관점을 바꾼 것이다. 이어서 김 교수는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있는 프랑스어, 여기에 더해 중성명사까지 있는 독일어, 존댓말이 존재하는 한국어를 언급하며 “언어는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나 거리를 판단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습관’을 심어줍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권위적일 것 같고, 만나면 대화하기 어렵고, 수업에서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대학교 교수의 이미지가 여전한 상황에선 자유로운 토론이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김진해 교수는 작년 2학기부터 ‘모든 의사 표현은 반말로 한다’와 ‘호칭은 이름으로 통일한다’는 2가지 원칙에 따라 학생들과 예의 있는 반말을 주고받는 ‘평어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교수의 말을 절대적인 진리로 생각하지 않고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데?’라는 질문을 강의실에서 혹은 스스로에게 던져보거나, 조별 토론에서도 과거보다 자유롭게 조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완벽한 의견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발언하지 않고 미루는 태도를 벗어던지고 일단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해서 김 교수는 “교육이나 배움의 가장 큰 목표는 내적 균열을 경험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존에 배웠던 것 위에 새로 배운 내용을 마치 탑을 쌓듯 올리려는 관념에서 벗어나 어제의 생각이 옳지 않다면 버릴 줄 알아야 더 나은 오늘이 찾아온다는 믿음에서다. 또한, 그는 “선진 교수법을 도입한다고 해도 학생과 교수 사이의 위계적 관계가 여전하다면 대학생들이 스스로를 ‘교복을 벗은 고등학생’이라고 평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부모님과 반말로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적어도 가정에서는 친밀감을 중심으로 권위주의가 많이 사라졌습니다.”라며 대학교의 풍경도 언젠가는 변화하길 희망했다.
▲ 김진해 교수는 “교육이나 배움의 목표는 내적 균열을 경험하는 것이며, 기존의 뻔한 관계도 재정립해봐야 합니다.”라며 ‘평어수업’에 담은 교육관을 공유했다.
말은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진해 교수는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말하느냐에 따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거나 때론 호도하는 모습을 보면 말의 명과 암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자고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어서 그는 “언어의 변화는 늘 있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말이 만들어져서 확산되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습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금은 누구든 언어에 대한 감각을 SNS를 통해 문턱 없이 순식간에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시대상은 제어할 수도 없고, 시민적 참여의 양식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본다. 말에 필요한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은 외국인이 살아가며 그들만의 생각과 방식으로 한국어를 구사합니다.”라며 언어의 변화를 삐딱하게 보거나, 개입하고 강제해서 변화 자체를 막으려는 태도는 좋지 않다고 짚어줬다. 다양성은 풍요로운 인생을 향한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 다양성은 윤리의식과도 이어지는데 김 교수는 “말을 하는 것엔 ‘타인’이 전제되어 있고, 사회에서 관계는 ‘타인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라며 “상대방을 ‘내가 잘 모르는 존재’로 여기고 누구에게든 진심을 전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존중과 배려 속 참말이 오가는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요.”라고 전했다.
▲ 김진해 교수는 존중과 배려 속 참말이 오가는 대학교, 그리고 삶을 희망한다.
말은 다양한 사람이 한데 모여 일하는 기업과 그곳에서 문화, 교육, 소통 등을 담당하는 HRD 부서에도 매우 중요하다. 관련해서 김진해 교수는 “인적자원(HR)이라고 하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온전히 갖춘 사람을 뽑아서 그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내보낸다는 의미로 들립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끊임없이 지표를 갖고 역량과 성과를 판단하면 회사와 구성원 모두 고달프지 않겠어요?”라고 되물으며 “빠르게 성과를 내는 사람을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금 미흡하거나 엉뚱하고 예외적인 모습을 보이는 구성원을 어떻게 하면 조직에 스며들어 성장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 심리적 안전감 속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문화적 배경이 있는 만큼 100% 수치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상급자일수록 말을 줄여야 하고, 판단을 조금 늦게 해줘야 합니다.”라고 제언했다. 상급자의 말은 그 자체로 하급자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고, 빠른 판단은 조급함을 심어주어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변수의 집합체다. 사람은 누구나 우여곡절을 겪고 좌충우돌하기 마련이다. 이때 올바른 생각과 자세를 견지하면 스스로를 도야해서 성장할 수 있다. 이질성과 오묘함 속에서 교차하는 다양성과 존중이 사람다움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런 만큼 김진해 교수가 앞으로도 ‘평어수업’을 통해 전문성과 사람다움을 고루 갖춘 인재들을 ‘말’로써 길러주길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