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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시니어 인문학Ⅲ] 행복을 향한 방법, 인문학의 가치를 조명하라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는가 2025-05-29
KHRD info@khrd.co.kr

▲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어른들을 위한 시니어 인문학Ⅲ」에서 참여자들이 김영진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행복한 노년’은 평균 수명이 길어진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이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런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의문에 관해 지난 5월 20일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에서 열린 「어른들을 위한 시니어 인문학Ⅲ」는 많은 통찰을 전해준 자리였다. 강연자로 초청된 김영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역사학자로서 축적한 역량과 동학東學을 연구한 결과물을 중심으로 사람다움에 관해 어른들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짚어줬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이렇게 생명이 연장된 것은 분명 축복이지만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행복하게 보내는 노년이다."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의학기술로 대표되는 여러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 시대의 인간을 지칭하는 학술용어다. 이렇게 생명이 연장된 것은 분명 축복이지만 고민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행복한 노년’이다. 김영진 교수는 역사학자인 만큼 먼저 뜻과 개념을 소개했는데 “노인복지법을 보면 만 65세가 노인의 기준이며, 영어로 Happiness인 행복幸福의 경우 우리나라에 없던 단어.”라고 말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로 알려져 있다. 더 정확하게 아리스토텔레스는 well 혹은 good을 뜻하는 eu와 신적 존재인 daimon을 합쳐서 ‘인간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적’을 의미하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 단어는 일본을 거치면서 ‘다행’을 뜻하는 幸과 ‘복’을 뜻하는 福의 합성어인 행복이 되었고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계속해서 김 교수는 “행복은 중세에는 하나님이 언젠가 나를 힘든 삶에서 구원해줄 것이라는 종교적 구원으로 간주되었고, 근현대에는 나를 포함해 나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상태를 뜻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과거 우리 조상들은 오래 사는 것을 뜻하는 ‘수壽’, 돈이 많아짐을 뜻하는 ‘부富’, 육체적 건강인 강과 정신적 건강인 녕을 합한 ‘강녕康寧’, 덕이 높고 인망이 좋음을 뜻하는 ‘유호덕攸好德’, 질병이나 고통, 사고 없이 편안하게 맞는 죽음을 뜻하는 ‘고종명考終命’을 일컫는 ‘오복五福’을 중시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설명한 오복 중 으뜸은 무병장수이며, 지금은 자본주의 세상인 만큼 행복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게 행복에 관한 기초적인 설명을 건넨 다음 김 교수는 “쉽게 표현했을 때 사람이 쓴 글을 읽는 행위인 인문학人文學은 정신적, 정서적, 감정적으로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데 이런 풍요로움 역시 행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를 뜻하는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생리적 욕구→안전 욕구→애정·소속 욕구→존중 욕구→자아 실현 욕구→자기 초월 욕구)과도 맞닿아 있다. HRD 역시 행복을 향한 길 중 하나라는 뜻이기도 하다.


행복에 있어 배움이 무척 중요함을 짚어준 김 교수는 세미나의 표면적 주제인 ‘행복한 노년’ 아래에 있는, 자신이 강단에 선 진짜 목적인 ‘실천적 방법론으로서의 시천주侍天主 -『동경대전東經大全』을 중심으로-’로 시선을 돌렸다. 시천주는 ‘인간 속에 내재하는 한울님(세상을 만든 창조주)을 잘 모셔야 한다’를 뜻하는 천도교(동학東學)의 교리이며, 동경대전은 동학의 창시자/제1대 교주인 최제우가 한문으로 쓴 동학의 경전이다. 



"지금은 천도교로 대중에게 익숙한 동학東學은

19세기에 도탄에 빠진 조선 민중을 구원하고자

최제우가 창시한 종교이자 사상이며 학문으로,

인간의 노력, 의지, 주체성, 평등성을 강조했다."



최제우(1824-1864)는 서양 세력이 동양의 세력 범위에 점차적으로 침투해서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해 많은 부분을 지배한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를 산 인물이다. 최제우는 경주 최고의 천재로 불렸지만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양반이나 어머니는 양반이 아니라 과거시험을 볼 수 없었다. 최제우는 31세까지 10년 이상 전국 각지를 유랑하며 다양한 사상을 접했는데, 서세동점뿐만 아니라 삼정문란三政紊으로 고통당하는 민중의 참담한 생활도 직접 체험했다. 그 후 기록에 따르면 최제우는 신비 체험, 기도 생활 한울님과의 문답을 거치며 동학을 창시(창명)했다.


최제우의 행적을 소개한 뒤 김 교수는 “시천주는 불온한 시대를 견딘 최제우의 세계관과 인간관이 집약된 방법론이자 철학이고 사상이며, 최제우는 시천주를 통해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후천개벽後天開闢을 주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최제우가 말한 지상천국은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말한다. 계속해서 그는 “최제우의 동학은 나라를 보호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보국안민輔國安民’, 널리 백성을 구제하는 ‘광세창생光世蒼生’, 온 세상에 덕을 베푸는 ‘포덕천하布德天下’라는 구호로 매우 선도적이었고, 현세지향적이었던 만큼 19세기 조선의 민중의 마음을 뒤흔들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김영진 교수가 동학東學을 깊이 연구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를 체감하게 하는 강연을 펼치고 있다.



이어서 그는 최제우와 동학을 둘러싼 여러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한 다음 실천적 방법론으로 넘어갔는데 김 교수의 설명 중 우주 만물에서 사람만이 유일한 영적(신령) 존재이고, 사물의 정당한 도리인 이치理致는 스스로 변화할 수 없지만 인간은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라는 내용은 주목할 만했다. 관련해서 김 교수는 “동학은 서양에서 실존주의가 등장하기도 전에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고, 그런 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책임은 지식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그 활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앙가주망(engagement)’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동학은 모든 사람이 가르침을 온전히 추종하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인간의 노력과 의지가 후천개벽의 열쇠임을 시사했다. 이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관한 동학의 답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시니어 인문학Ⅲ」는 인문학이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자리였다. 인문학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짚어주며 AI 시대를 살아갈 자산인 주체성과 통찰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