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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명강의Big10] 무한경쟁에 가려진 양심의 힘과 가치 재조명 건강한 사회를 향한 생태학자의 제언 2025-06-28
KHRD info@khrd.co.kr

▲ 최재천 교수는 모두 수시로 제 발 저리는 세상을 꿈꾸며 ‘내 안의 깨끗한 무엇’인 양심을 다루는 강연을 펼쳤다.



무한경쟁시대가 펼쳐진 뒤 점점 우리네 귀에 들리지 않고 있지만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이 수시로 언급해야 하는 단어가 있다. 경쟁의 그림자인 ‘그릇되고 악한 행위’를 비판·반성하는 의식인 ‘양심(良心, conscience)’이다. 관련해서 지난 6월 4일 열린 「교보문고 명강의Big10」은 주목할만했다. 이 자리에서 ‘양심의 수학공식’을 제목으로 강연에 나선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차마, 어차피, 차라리’를 되뇌며 행동하고 통찰했던 7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반석은 양심임을 일러줬다.



"최재천 교수는 ‘차마, 어차피, 차라리’를 되뇌며

양심의 수학 공식(공평 + 양심 = 공정)을

통찰하고 실천한 사례를 통해 왜 사회에서 잊힌

양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되새겨야 하는지 짚어줬다."



최재천 교수는 “우리 사회의 여러 행동과 변화를 끊임없이 관찰했을 때 지난 몇십 년 동안 양심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거나 들리지 않게 되어 버린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렇기에 그는 “자기가 말하면, 결국 자기가 듣게 되는 만큼 많은 사람이 양심을 언급하며 모두 수시로 제 발 저리는 세상, 다시 말해 양심과 명예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이 펼쳐지길 바란다.”라고 소망했다. 이어서 최 교수는 강연의 제목인 ‘양심의 수학 공식’은 ‘공평 + 양심 = 공정’이라고 설명했고, ‘차마, 어차피, 차라리’를 되뇌며 어려움 속에서도 공식을 실천한 행적을 공유했다. 최 교수의 행적은 올해 초 그가 출간한 서적 『양심』의 내용이 바탕인 만큼 일곱 가지 문구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다. 최 교수는 2023년 8월 29일, 졸업생 선배로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는 후배들에게 축사를 건넸는데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는 것은 공평에 지나지 않으며, 키가 작은 이들에게 양심껏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진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적어도 직업을 대여섯 번 바꿔야만 살아갈 수 있는 100세 시대에는 겸허한 자세로 쉼 없이 배우고, 일하고, 또 배우고 일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둘째, “복제한 반려견은 진짜 반려견일까.”다. 그는 복제기술에는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과학자나 기술자의 그릇된 욕망이 개입할 경우 예상치 못한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그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아름답기에 특정 기술을 개발할 때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셋째, “고향, 제주 바다는 어때?”다. 최 교수는 2013년 7월 18일, 불법으로 포획됐던 돌고래를 마침내 제주 바다로 방류했다. 그동안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관계자와 힘을 합쳐 이룬 결과였는데, 근간에는 모든 생명에겐 내일 죽더라도 투쟁하며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 바로 자유라는 양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넷째, “벨라의 자유를 찾아주세요.”다. 벨라는 국내 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고래)다. 벨루가는 멸종 위기인 ‘관심 필요종’으로 북극 해양을 노니는 포유류인데 지능과 감수성이 높아 수조에 갇혀 있으면 큰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그렇기에 최 교수는 신문 칼럼을 통해 아쿠아리움을 운영하는 기업에게 벨루가를 바다에 풀어주겠고 한 약속을 지켜주길 촉구했다. 모든 생명에게 자유는 돈이나 재미보다 고귀한 까닭이다.



▲ 「교보문고 명강의Big10」이 열린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최재천 교수의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다섯째, “과학자들의 절박한 외침.”이다. 이는 환경과 기후 위기를 알리고자 실험실을 떠나 시위 현장으로 향한 과학자들의 움직임을 압축한 문구다. 최 교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동강댐 계획의 철회를 호소한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4대강 사업에 항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러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여러 조건을 살펴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메시지이며 ESG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여섯째, “과학의 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입니다.”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 소식에 유감을 표하며 던진 문구인데, 우리나라의 연구 성공률은 98%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를 바탕으로 남들이 다 하는 연구를 하기에 기록된 높은 수치다. 해당 전략은 ‘패스트 팔로워’였던 시절엔 통했으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새로운 뭔가를 선보이며 앞서가는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 교수는 “이제는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에 과감하게 도전하도록 금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하며, 국력의 발판이 되는 기초과학에도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인재육성 전략과 계획에도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일곱째, “누구에겐 뺏기는 무엇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굴레였다.”이다.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던 최 교수의 분투기를 압축한 문구다. 최 교수는 자연계에서는 당연한 암컷 중심의 질서를 바탕으로, ‘남성 중심의 제도인 호주제가 옳다고 여기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지적했었다. 그의 노력 덕에 호주제는 폐지되었고, 여성의 권리가 높아질 수 있었다. 이는 ‘DEI(다양성, 평등성, 포용성)’ 조직문화 측면에선 선도적인 행보였다.



"최재천 교수가 양심에 대한 메시지를 바탕으로 제안하는

21세기의 인간상인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는

사람과 조직은 다양하고 올바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배우고,

일하는 훈련을 계속할 때 더 나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양심에 대한 통찰과 실천 외에도 최 교수는 여러 사례를 공유했다. 일부를 살펴보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만담꾼 화선은 왕이 된 이후 처음에는 수라상을 다 먹어치웠지만 궁녀들이 남은 어식으로 요기한다는 말을 들은 뒤론 양심에 가책을 느끼며 밥을 남겼다. 흡혈박쥐들의 경우 피를 충분히 먹지 못한 동료 흡혈박쥐에게 자신이 먹은 피를 나눠주고, 식물과 벌은 꽃가루와 꿀을 주고받는다. 모두 양심을 바탕으로 공생共生을 실천한 사례다. 그렇기에 최 교수는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며 양심을 되살려서 호모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가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그야말로 최 교수의 강연은 사람과 조직은 ‘양심에 대한 앎’, 즉 다른 사람 관점에서 올바로 생각하고, 배우고, 일하는 훈련을 계속할 때 더 나아질 수 있음을 HRD 관계자들에게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