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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명강의Big10] 죽음을 공부하고, 상상하고, 준비하라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법의학자의 지침서 2025-07-31
KHRD info@khrd.co.kr

▲ 유성호 교수는 법의학자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마주하며 배우고 통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을 펼쳤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은 삶이라는 여정의 엔딩이자 피날레다. 그렇기에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죽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6월 27일 열린 「교보문고 명강의Big10」에서 특별한 강연을 선사했다. 그는 ‘법의학자’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만나며 깨달은 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왜 죽음을 공부하고, 상상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줬다.




"내일이 없다면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교보문고 명강의Big10」은 이 질문을 바탕으로

죽음을 지켜보는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의 강연을 통해

죽음을 공부하고, 상상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유성호 교수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부검(사망자의 시신을 해부하여 사인死因을 규명하는 법의학적 절차)’을 한다. 죽음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법의학자는 의료적,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망에 대해 검시와 부검을 한 다음 결과물을 보고서로 정리하며, 때로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여러 분쟁에서 자문하거나 법정에서 증언하기도 한다. 관련해서 그는 한 사건을 사례도 들었다. 무용학원 화장실에서 한 고등학생이 사망한 채 발견되었고 단순 사고사로 처리되었는데, 이후 부검 결과를 다시 확인했더니 물고문으로 사망했음이 밝혀진 사례였다. 


결과가 뒤집힌 이유를 보면 사망 당시 부검에선 원인을 알 수 없었는데, 몇 년 후 사망자의 친구들이 증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조사에 들어간 결과 폐와 기도에 물이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유 교수는 “부검은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합적 관점에서, 그리고 존엄하게 다뤄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많은 분께서 부검 과정에서 느낄 정신적 스트레스를 걱정하지만 저는 부검 대상자를 찬란한 삶을 살았던 인간으로 느낀다.”라며 남다른 직업의식도 공유했다.


다음으로 유 교수는 한국의 사망 통계와 보건 현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데이터를 보면 한국은 24만 명이 태어나고 35만 명이 사망하는 인구 절벽 시대를 맞이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던 베이비붐 세대(1955년-1974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가 노년기에 접어들며 의료복지의 수혜자는 많아지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흐름이었다. 이에 관해 유 교수는 “현재 중장년층(35세-64세)이 부모 세대의 의료비를 감당하고 있는데, 다음 세대는 인구 기반이 약하기에 결국 지금의 중장년층은 자신들에게 드는 치료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그는 “병원 예약은 수개월씩 대기해야 할 만큼 의료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서비스는 포화 상태라 고령화와 죽음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의 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인데, 그중 노인 자살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노인 빈곤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또한, 그는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고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자살, 치매 등이 뒤를 잇고 있다는 통계를 보여줬다. 여기에서 그는 “사망 원인 1위가 암이라는 현실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암은 생체 방어 체계의 노화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치매 등의 경우 대부분 만성 질환으로 환자는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경제적·가정적 갈등이 심화되거나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중증 치매는 돌봄의 강도가 높아 가족 내 갈등과 심리적 상처를 유발하며, 그 결과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노년의 현실을 외면한 채 ‘100세 시대’를 낙관하는 태도는 무책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여기에 더해 그는 “현대 사회는 죽음을 삶과 분리하는 경향성이 있어서 죽음에 대한 성찰을 어렵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교보문고 명강의Big10」이 열린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을 찾은 청중들이 유성호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고령화 극복은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는 치매와 사지마비 등의 치명적 질환을 극복하고자 뇌의 전기적 신호를 기록하는 감지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의 행보는 인간이 다른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기술적 이슈 외적으로 유 교수는 “고령사회에선 연명의료 중단이나 안락사 논의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관해서 한국은 연명의료결정법을 통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제한하고 있고, 해외에선 존엄사가 제도화된 사례도 있다. 다만 그는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건강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단순히 육체적으로 오래 사는 것보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문구 작가가 삶의 마무리를 준비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작가는 위암 말기를 선고받은 뒤 남은 시간 동안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는지 점검했고, 생명 연장에 관한 생각과 장례 방식을 가족에게 밝혔으며, 가족들에게 슬픔에 잠겨 있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러 내용을 설명한 뒤 유 교수는 “후회 없는 삶을 원하기에 돈과 성취를 좇는 분들이 많은데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지를 꼭 고민해야 하며 고민한 내용을 실천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말과 기억을 의식적으로 남길 필요가 있으며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같이 죽음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리 준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한 번쯤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오늘의 삶을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며 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만한 삶이라는 시선에서다.



"한 번뿐인 삶이라면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죽음은 나답고 주체적인 역량개발,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능하게 해주며

매일의 평범한 삶이 가장 큰 축복임을 일깨워준다."


마지막으로 그는 “매일의 평범한 삶이 가장 큰 축복일 수 있기에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며 타인의 삶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렇게 죽음을 다룬 유 교수의 강연은 죽음에 대한 통찰과 배움이 나답고 주체적인 역량개발 구현과 집단지성 발현을 가능하게 해줌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