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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HRD협회가 개최한 「HRD포럼」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HRD 실무를 하며 느꼈던 고민들이 생생하게 다뤄지는 시간이었고,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러던 중 『월간HRD』 편집부로부터 2월호 매거진 리뷰 요청을 받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이런 걸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순수하게 『월간HRD』를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응하게 됐다. 그리고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정말로, 2월호의 내용들은 하나같이 좋았다. 많은 양이었음에도 거의 하루 만에 전체 페이지를 다 읽었을 정도다. 하나도 아쉬운 콘텐츠가 없었다. 그런 만큼 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는 ‘전략적 HRD’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매거진의 중심을 잡는 코너인 「SPECIAL FOCUS」에서의 ‘전략적 HRD’ 관련 내용이었다. 이찬 서울대학교 교수는 “HRD활동이 HRD조직의 KPI가 아니라, 여러 현업부서의 KPI 및 기업의 KPI와 연동될 수 있는지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하고, HRD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임팩트를 줬는지를 측정해서 경영진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문단을 읽는 순간, 정말 뼈를 때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HRDer로서 항상 직면하게 되는, 어쩌면 숙명적인 고민과도 같기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는 영업 조직이 큰 가구·리모델링 유통업계에 속해 있다. 고관여 제품을 다루는 만큼 전문성이 중요하고, 그래서 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도 상당한 편이다. 하지만 전쟁터와 같은 영업 현장의 특성상, 때로는 교육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또 조직장이 바뀌면서 교육의 효과를 다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실질적인 매출이 올랐을 때도 이것이 교육 덕분인지, 시장 상황 때문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대로 성과가 안 좋을 때는 “교육해서 뭐 효과 있어?”라는 회의적 반응을 마주하기도 한다. 교육의 효과를 정량적 성과로 연결 짓는 것, 이것은 비단 우리 회사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교육팀의 KPI를 설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조직의 매출 실적으로 잡기엔 교육의 영향이 일부분일 뿐이고, 그래서 HRD담당자로서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다.
최근 외부 교육에서 들은 사례가 기억난다. 한 조직의 교육팀장이 새로 부임한 CEO로부터 “실질적인 정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육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팀을 와해시키겠다.”라는 과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분은 노무사와 함께 교육과 성과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만족도, 수료율만으로는 부족했고, 인당 교육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성과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머신러닝으로 승진 확률, 이직률과 교육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만큼 교육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호에서 줄곧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AI 시대에 HRD조직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경영 전략과의 정렬, 비즈니스 성과 창출이 필수라는 것이다. 지금은 지식의 힘이 약해지고 있고, ‘시간=전문성’ 공식이 깨지는 시대다. 정말 전공 없이도 바이브 코딩으로 웹페이지를 만드는 시대가 왔다. 따라서 교육자로서의 전통적 HRD 역할은 힘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HRD협회가 포럼과 세미나에서 계속해서 HRD의 존재 이유와 입증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글에서 말하는 것은 ‘HRD가 경영 전략, 현업과 따로 놀면 안 된다’는 것, 다시 말해 경영과 정렬하고, HRBP 역할을 확장하고, AI 조직문화를 만들고, HRD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계속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 HRD스탭들은 경영 전략과의 정렬 속에서 다양한 조직과 구성원 역량개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이찬 교수의 또 다른 지적이 와닿았다. “HRD스탭들은 트렌드를 조사해 ‘앞으로 우리 기업에 어떤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며 그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해왔지만, 아쉽게도 그간의 노력은 교육과정만 늘어나서 꼭 필요한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형태였고, 그 결과 현업으로부터 ‘일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왜 자꾸 교육을 들으라고 하느냐’는 말을 듣게 됐다.”라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이다. 우리 조직도 마찬가지다. 고관여 제품의 특성상 관련 지식, 제품 정보, 서비스 교육 자료가 정말 많다. 거의 홍수 수준이다.
이제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가지치기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지식이 너무 널려 있는 시대에서 지식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우리 교육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축적된 콘텐츠만 해도 방대한데, 개인은 그것을 다 커버할 수 없다. 그래서 가지치기, 큐레이션 작업이 중요하다. 일차적으로 LMS를 관리하고, 더 나아가 AI와 결합해 개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LXP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우리 조직도 아직 그 단계에 완전히 도달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찬 교수가 강조한 ‘전문성과 소신을 바탕으로, 하지 않아도 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교육은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전략적 HRD의 핵심이 아닐까. 동시에 교육 콘텐츠와 커리큘럼을 계속 새로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며 변화의 흐름에 맞게 HRD 솔루션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HRD스탭들에게 꼭 필요한 ‘학습민첩성’이 아닐까 싶다.
교육의 우선순위에 대한 이 교수의 제언도 인상 깊었다. 과거처럼 많은 인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소수정예로 채용하는 만큼, 신입사원 교육의 품질을 높여야 하며 무엇보다 조직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추이자 가성비가 가장 높은 인력이지만 세대 변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힘을 잃어가고 있는 중간관리자를 교육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은 현재 현업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더욱 공감이 됐다.
이처럼 『월간HRD』 2월호를 읽으면서는 HRD 실무자로서 느꼈던 막연한 고민들이 명확한 언어로 정리되는 경험을 했다. 전략적 HRD라는 숙명적 과제 앞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과 정렬하고,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덜어내고, 꼭 필요한 곳에 집중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업데이트하는 학습민첩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윤지 한샘 인재개발부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