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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위원장] 일생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기쁨과 힘을 키워주자
최근 음악과 영상을 만드는 데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을 활용하는 등 획기적인 기술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교육현장에서도 이러한 기술에 힘입은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2016년 3월 9일부터 3월 15일까지 펼쳐졌던 바둑기사 이세돌 九단과 구글 딥마인드사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대결 이후 인간과 기술의 대결구도에 대한 놀라움은 OpenAI에서 개발한 챗GPT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교육현장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또한, 산업계에서 인재들에게 요구하는 역량과 일하는 방식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어 ‘미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정말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이렇듯 구체적인 업무역량과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요구되는 교육내용이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따라 달라지면서 정규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 평생에 걸쳐 배우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개개인에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로 삶을 존중하고 희망을 가꾸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자기성찰에 기초한 인간됨을 만들어주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배움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분석하는 능력,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배움에 대한 호기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해 주는 것이다.답을 찾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는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가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획기적인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로 삶을 존중하고희망을 가꾸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인간됨을 만들어주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인간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학, 역사, 철학, 정치, 사회, 경제, 과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자기뿐만 아니라 타인과 협력하고 자연과 조화하는 지혜를 어릴 때부터 키울 수 있는 인성교육이 평생학습의 기초로 이루어져야 한다.이런 기초 위에 생애주기에 따라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의 내실화와 중·장년층 대상 직업교육프로그램, 노년층 대상 디지털 문해교육이 진정성 있게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그리고 에듀테크(EduTech)를 통해 누구나 어디에서든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 등과 같이 전 생애를 걸쳐 일생동안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이 배움의 기회를 보장받는 평생학습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2022년 9월 27일 대통령 소속으로 중장기 교육제도와 국가교육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자 출범했다. 이런 배경과 미션을 인지하며 국가교육위원회는 일관성, 전문성, 자주성, 중립성을 기반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평생교육의 정책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이배용 위원장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초대 위원장. 역사학자이며 이화여자대학교 13대 총장, 한국학중앙연구원 16대 원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15대 회장,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2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2010년 국가브랜드위원회 2기 위원장 시절에는 ‘한국의 서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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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교수] ‘장인성(匠人性)’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김광규 시인은 라는 시에서 “... 앞으로만 달려가면서 / 뒤돌아볼 줄 모른다면 / 구태여 인간일 필요가 없습니다 / 먹이를 향하여 시속 110km로 내닫는 / 표범이 훨씬 더 빠릅니다 ...”라고 노래했다.인공지능, 로봇 등과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왔다. 인간을 닮은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기도 하고 보완하기도 한다. 첨단 기술은 일을 편재遍在적이고 유동적으로 만들어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더 속박할 수도 있다. 기계의 알고리즘에 종속되어 일할 위협에 처하기까지 한 지금 우리는 인간의 일하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그동안 이뤄져 왔던 ‘무슨 기술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성급한 담론 대신 ‘인간답게 일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인간은 어쩔 수 없이라도 첨단기계들과 함께 일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답게 일하기 힘들지도 모르는 시대에 어떻게 일의 인간화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일의 퇴락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일다운 일’ 또는 ‘의미 있는 일’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장인성(匠人性, masterity)’에서 찾을 수 있다.‘장인성’은 일하는 사람의 전범典範인 현대적 장인이 가진 특성으로부터 도출한 개념이다. 일하는 삶에서 본보기가 되는 장인은 일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의의를 실현한다. 일은 본래 누구에게나 힘겹지만, 커피 애호가가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음미하듯이, 장인은 일에서 기쁨과 보람, 그리고 행복을 누린다. 일에서 벗어나려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일에 더 깊게 몰두하는 삶을 즐긴다. 그 결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장인성’은 성장에의 의지를 갖고 지독하게 스스로 단련하며,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이면서 새롭고 창조적으로 일하며, 계속 배움을 넓힐 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후속세대를 위해 아낌없이 나누고 베풀며, 일에서 최고의 희열을 느끼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정상을 경험하지만, 편안하고 쉬운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경쟁하며 더 높이 오르려 고원에서의 척박한 삶을 선택하는 등과 같은 요소들로 이뤄져 있다. 이런 특징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자기 일에 진심을 다하며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갱신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다."일하는 삶을 통해 ‘장인성’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일에서 성장의 기쁨, 즐거움, 행복을 누릴 수 있고,일의 의미와 일하는 삶의 가치를 올바로 세워나갈 수 있다."‘장인성’은 업무에서 큰 성과를 내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보다는 일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마침내 성숙해가는 것을 강조한다. 높은 지위에 오른 장인이 되고 말고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일하는 삶을 통해 장인성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만 일에서 성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래야만 일이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면서 일의 의미와 일하는 삶의 가치를 올바로 세워나갈 수 있게 된다.오래전에 인간의 육체적 힘을 초월한 기계가 이제는 인간의 지력마저 넘어서고 있다. 이제 일의 미래는 인간다운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오래된 미래’인 ‘장인성’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다시, 김광규 시인의 노래처럼, ‘... 서먹서먹하게 다가가 / 경어로 말을 걸었던 때로 / 처음 만나던 때로 우리는 / 가끔씩 되돌아가야 합니다.’ 인간을 흉내 낸 기계에 지배당할지도 모르는 지금, 우리는 인간답게 설레며 일하기 위해 가끔씩이라도 ‘장인성’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장원섭 교수연세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2020년부터 CJ나눔재단 이사로도 봉사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책임연구원,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산업교육학회 회장, 한국성인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일의 교육학, 일터학습 분야를 폭넓게 연구하며 현대적 장인의 일과 배움에 기반한 장인성(匠人性) 개념을 제안하고 이론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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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웅 교수 & 남상은 교수] 커리어코칭 확산을 위한 포인트
과거 국내 조직에서 커리어코칭은 조직의 니즈는 배제한 채 개인의 성장과 개발에 관한 니즈에만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조직에서 커리어코칭을 받은 구성원이 자신의 역량을 높인 다음 조직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기업들의 커리어코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커리어코칭의 효과도 입증되고 있지만 전사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려면 핵심 포인트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커리어코칭 담당자의 역량 기반, 구성원의 커리어 니즈와 조직의 전략 니즈의 매칭이다.---경력개발(Career Development)은 일과 삶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과정이다. ‘경력’은 어떤 일이든 개인이 평생에 걸쳐 수행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 기술과 지식의 습득 및 활용은 ‘개발’을 의미한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조직 내에서의 경력개발은 개인의 경력계획과 조직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개인과 조직 모두에 초점을 맞춘 협업 프로세스가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인 경력개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Greenhaus(2002) 등은 개인의 경력관리와 조직의 인적자원시스템은 개인과 조직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로 도움이 되는 정도에 따라 통합될 수 있다고 했다. Schein(1978)은 조직과 개인의 니즈를 통합한 경력개발 모형을 제시했다. 조직 내 커리어코칭 차원에서 볼 때, Schein의 모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조직의 전략 방향과 인적자원시스템, 개인의 성장과 개발 니즈를 ‘인적자원개발’ 차원에서 연결하려는 의도다.Schein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초기 국내의 커리어코칭을 보면 조직의 다양한 니즈는 배제한 채 개인의 성장과 개발에 관한 니즈에만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조직에서 커리어코칭을 받은 구성원이 자신의 역량을 높인 다음 정작 조직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조직 입장에서 보면 커리어코칭이 반가울 리 없었을 것이다. 구성원의 역량개발을 돕기 위해 행했던 노력이 결과적으로 무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필자들 역시 Schein의 제안을 처음 봤을 때 ‘조직의 니즈와 개인의 니즈가 함께 가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 ‘너무 이상적인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 현장에서 조직과 개인의 니즈를 함께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최근 HR시장에서 경력개발을 비롯해 커리어코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덕분에 필자들은 기업의 인사담당자 몇 명과 만나 커리어코칭에 대한 기업의 인식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커리어코칭에 관심은 있으나, 아직 전사 차원에서 커리어코칭을 운영하는 사례는 없다’라고 말했다.그리고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경력개발 계획의 경우 기업 차원에서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부서장에게 경력개발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HR부서에서 전달받은 자료를 활용하여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마치 초창기 커리어코칭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여전히 남아있기라도 한듯, 기업 외부에서 활동하는 코치에 대해서는 불신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문화의 수평화, 일의 의미가 중요한 MZ세대 구성원들의 조직 진입 증가 등의 이유로 인해 커리어코칭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위계적이지 않은 문화와 시스템 속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조직과 개인의 성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일은 MZ세대의 핵심 관심사다.Schein의 제안처럼 조직 구성원의 커리어 니즈와 조직의 전략 니즈를 연결하는 것이 커리어코칭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조직과 개인의 현재 역량과 미래의 잠재력 탐색, 조직의 인적자원 계획과 조직의 니즈 평가, 개인의 업무와 경력 닻 평가, 조직의 인적자원 계획과 개인의 경력개발 계획의 연결, 조직과 개인이 상호 동의하는 직무개발 계획 등의 모듈이 커리어코칭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최근의 커리어코칭 현장을 보면 조직에 대한 불만족으로 인해 커리어코칭을 받은 구성원이 그 결과로 조직을 이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코칭 과정에서 조직과 개인의 비전, 가치관, 핵심전략 등을 새롭게 혹은 상세하게 탐색하고 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또한, 개인적 특성과 조직 내 직무를 통합해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조직과 자신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면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직무에 대한 만족도 역시 향상된다.커리어코칭은 신입사원으로 하여금 문화, 업무, 관계 등의 측면에서 조직에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중간관리자 및 핵심인재에게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고 직무역량을 더욱 향상시키는 방안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업무 특성상 역량개발의 니즈가 각각 다른 임원들에게는 개별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집단 워크숍 형태로, 중간관리자 및 핵심인재는 소그룹 코칭 형태로, 임원 등의 리더십 그룹은 일대일 코칭의 형태로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언급한 내용을 구현하기 위해 조직 내 커리어코칭 담당자는 인간에 대한 이해 및 존중과 같은 ‘태도적 역량’, 공감, 경청, 질문, 친밀성 등의 ‘관계 역량’, 목표 및 시간관리, 변화관리, 시스템적 사고, 정보활용능력 등의 역량은 물론 조직문화와 조직의 전략/계획 등에 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춰야 한다.유기웅 교수숭실대학교 평생교육학과 교수. 동대학 교육대학원 커리어·학습코칭 전공 주임교수, 교무처장 및 대학교육혁신원장이며 한국커리어·학습코칭연구소장, 한국인력개발학회 수석부회장, 한국교육학회 학술지 편집위원장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강의 분야는 HRD 연구동향, 글로벌 인재개발의 트렌드, 역량모델링, 근거이론방법 등이다.남상은 교수숭실대학교 교육대학원 커리어·학습코칭 전공 겸임교수이며 한국커리어·학습코칭연구소 부소장 및 대표다. 대학에서 다양한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대학생들의 커리어와 학습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커리어코칭, 학습코칭, 코칭심리학, 커리어학습코칭프로그램개발의 이론과 실제, 현장코칭사례 등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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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교수] 에듀테크의 주도적 역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융합하는 폴리매스적 접근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려면 전통적인 교수자 중심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는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 목표를 정하고, 학습 과정을 선택해서 학습을 주도하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에듀테크와 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들 기술은 학습자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학습경로를 조정하고 적합한 학습자료를 제공하여 학습의 효율을 높인다. 동시에 학습관리시스템은 학습 진행을 추적 및 분석하여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접근은 학습자 중심 교육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 필요한 감성적, 인지적 측면을 포괄하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창의적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마련한다.---기술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특정 전문 분야에 국한되기보다는,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융합하여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폴리매스(polymath)’를 강조한다. 그러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학습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 과거의 학습이 정보의 효과적 전달과 이해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대 학습은 훨씬 복잡하고 역동적인 역량의 습득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복잡한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창의력과 논리력, 그리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성찰을 통해 자신이 현재 알고 있는, 알아야 하는, 알고 싶은 지식의 수준을 판단하는 반성적 사고가 강조되고 있다.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관계적 사고력과 포용력 또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인재의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학습자는 스스로 학습의 방향을 결정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곧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습자 중심 교육에서 학습자는 주어진 정보를 일방적으로 습득하는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학습과정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설계자로서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과정을 선택하며, 자신의 학습을 조절하고 평가한다. 이러한 학습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선 학습의 결과가 ‘Inert Knowledge’가 되어서는 안 된다. 즉, 학습내용이 단순히 기억되고 시간이 지나면 사장되어버리는 지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으로 전이가 가능하고 이미 습득된 사전지식과 결합해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지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학습자 중심 교육을 목표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학습자의 개별적인 요구와 흥미, 역량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지식의 전이를 위해 실제적(authentic)이고 비구조화된(ill-structured) 학습과제가 제시돼야 한다."학습자 중심 교육을 목표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려면학습자의 개별적 요구, 흥미, 역량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실제적이고 비구조화된 과제로 지식 전이를 촉진해야 하고,고차원적, 인지적, 감성적 역량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또한, 교수자의 역할도 지식 전달자를 넘어서 학습자가 자기주도학습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적절한 자료 및 학습 가이드라인 제시,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한 지원 등을 제공하는 학습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학습의 목표가 단순한 지식의 이해를 넘어서는 만큼 학습의 평가 내용도 고차원적인 문제해결력, 논리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범주로 확대돼야 한다. 이러한 이면은 학습자의 인지적인 측면 외에도 이들의 감성적인 측면까지 충분히 평가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내포한다.언급한 교육 원칙을 기반으로 현재 다양한 학습자 중심의 학습모델들이 개발되어 교육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모델들은 학습 목표, 대상과 연령, 그리고 학습 결과물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들로 문제중심학습(Problem-based Learning), 프로젝트기반학습(Project-Based Learning), 탐구기반학습(Inquiry-based Learning), 사례기반학습(Case-Based Learning) 등을 들 수 있으며 해당 모델들은 학습자가 적극적으로 지식을 탐색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둔다.이런 학습모델들은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참여를 장려하지만, 이를 현실의 교육 체제에 통합하는 과정은 여러 도전을 포함한다. 특히 K-12, 대학교육, 기업교육 등 다양한 교육 체제에서 이러한 모델을 적용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어려움이 발생한다. 첫째, 기존의 교육 시스템과 학습 과정은 주로 교수자 중심의 방식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의 학습모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둘째, 교수자들이 학습 촉진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에 익숙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교수법과 역할에 대한 재교육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은 기존의 교육자들 사이에서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셋째, 학습자 중심 교육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학습자가 지식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교육 방식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교육의 효율성을 중시함을 고려할 때, 이는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핵심적인 네 번째 이유는 이미 교수자 중심의 학습에 친숙해져 버린 학습자들이 새로운 학습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학습자 중심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하지만 최근 에듀테크와 AI 기술의 교육적 활용이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상단에 있는 그림처럼 온라인(Online-based) 학습자 중심 학습모델 구현은, 그동안의 학습과정과는 다른 낯선 학습과정에 대한 시각적 이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을 진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또한, 최근 AI는 맞춤형 학습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개별 학습자의 필요와 선호에 맞춰 학습경로를 조정하고, 적절한 학습자료와 과제를 제공함으로써 학습의 효율을 높인다. 이는 학습자가 자신만의 속도로 학습하고,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기존의 교수자의 부담 또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기술집약형 학습관리시스템(LMS)은 학습의 진행 상황을 추적할 뿐만 아니라 성과 또한 분석하여 만들어낸 정보를 교수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정보를 제공받음으로써 교수자는 학습자의 학습 경험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과 효과적인 교수학습모델의 결합은 미래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융합인재를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김남주 교수미국 마이애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와 응용학습과학 대학원 디렉터를 역임했다. 미 교육부 산하 Institute of Education Sciences의 Digital Learning Platform 분야 패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교육 분야의 다양한 학술지에서 편집장, 부편집장, 편집위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에듀테크 개발, AI의 교육적 활용, 학습자 중심 교육모델 개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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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현 교수] HRD 실천을 위한 디자인 씽킹
디자인 씽킹의 핵심은 ‘사람, 사용자를 제대로 공감할 수 있는가?’다. 공감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숨겨진 동기를 찾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을 활용하는 조직의 궁극적 목표는 프로젝트가 아닌 조직문화 자체의 고객 중심적/창의적 혁신에 있다. 결국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다. 조직문화 혁신은 기업/기관의 체질, DNA를 바꾸는 작업인데, 이는 외부의 도움보다는 내부의 자발적 노력과 참여로 가능할 것이다.---공감은 영감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디자인 씽킹 대중화에 크게 공헌한 『IDEO 인간중심 디자인 툴킷(2011)』의 후속편 『The Field Guide to Human–Centered Design(2015)』을 눈여겨보면, ‘Hear-Create-Deliver’가 ‘Inspiration-Ideation-Implementation’으로 수정됐다. 듣는 행위를 통한 영감 획득, 이해관계자와의 공동작업을 통한 아이디어 창조, 일차적 문제해결을 위한 전달을 넘은 지속가능한 실행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마인드셋(창조적 자신감, 만들어보기, 실패로부터 배우기, 공감하기, 모호성 즐기기, 낙관론, 반복적 개선)을 제시했고, 방법론(57개)도 추가했으며,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등장시켜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다뤘다. 나아가 IDEO는 최근 개설한 온라인 과정 ‘Hello Design Thinking’ 프리 코스 안내에선 ‘Gather Inspiration(함께 영감 얻기)’, ‘Generate Ideas(아이디어 창출해내기)’, ‘Make Ideas Tangible(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기)’, ‘Share the Story(아이디어 스토리 공유하기)’를 제시했다. 계속해서 온라인 과정의 기대효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많은 가능성을 열기 위해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본다. 둘째, 실행 가능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당신의 본능을 일깨운다. 셋째, 회복탄력적 전략을 구축하기 위해 위험을 완화하는 방법을 배운다. 넷째,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얻기 위해 창의적 사고와 경직의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디자인 씽킹의 핵심은 고객의 숨겨진 동기를 찾는 ‘공감’이다. 공감을 잘하려면 ‘색안경을 벗어 던져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당신의 편견을 인정하라, 뇌를 잠시 멈추라, 눈과 귀를 열라, 알고 있다고 가정하지 말라, 세상은 내가 아니고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수정하지 말고 묵묵히 들어라, 생각을 전환해서 기발하게 질문하라’는 권고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공감은 90% 이상이 경청이다. 관련해서 미국 서부 원주민 문화에서 비롯된 ‘토킹스틱(talking stick, 토킹스틱을 가진 사람만이 말하고 나머지 사람은 절대 경청하게 함)’ 사용도 고려해볼 만하다. 와우디 랩의 최송일 대표는 고객에게 가치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3가지 기준(Real, Valuable, Inspiring)을 제안한다. Real은 ‘고객이 실제 겪고 느끼는 고충인가?’가 핵심인데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는 일반적인 시니어의 객관적 고충이며, ‘키오스크 앞에 서기가 두렵다’는 고객의 감정까지 표현한 실제 고충이다. Valuable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통찰하는데 ‘키오스크를 쉽게 사용하고 싶다’는 일반적이고 모호하지만 ‘손자를 위한 간식을 내 손으로 사서 챙겨주기 어렵다’는 왜 중요한지가 적절하게 표현됐다. Inspiring은 ‘당신은 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를 묻는데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하고 싶다’는 내가 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표현되지 않았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 싶다’는 할머니를 돕는 것이 나에게 왜 중요한지 잘 발견된다.디자인 씽킹은 혁신을 이끄는 팀 기반 문제해결과정이다대부분의 사람은 창의성을 지니고 태어났으나 그것이 봉인된 채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때 디자인 씽킹 경험은 창조적 자신감을 갖게 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가장 손쉬운 접근은 브레인스토밍이나 브레인라이팅인데, 이것들은 자유연상의 확산사고기법이다. 그러나 보다 혁신적이고,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것은 강제연결의 확산사고기법이다. SCAMPER, 기회의 원, 제품 개선 리스트 등은 강제로 사물을 합치거나 빼고, 용도를 바꾸는 등의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특정 단어를 선택한 다음 그 단어의 특성을 생각하여 아이디어를 내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투명하다’라는 단어가 선택됐다면 ‘투명한 그 무엇’을 강제로 생각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상하게 한다. 그리고 디자인 씽킹은 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팀십(ship)이 없으면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기 어렵다. 유관해서 팀 이론가들은 모든 팀은 형성기(forming), 혼란기(storming), 규범기(norming), 수행기(performing)를 거치며 정상적인 모습을 갖춘다고 본다.디자인 씽킹은 전략을 넘어선 문화다『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디자인 씽킹의 3대 난제: 경험 디자인, 협업, 시행착오’라는 글을 보면 일반적으로 한국의 경우 조직 구조가 위계적이고, 부서 간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으며, 특정 팀에 자원을 집중하기 힘들기에 디자인 씽킹을 국내 기업과 정부 조직에 전사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IT 마소코딩 저널의 ‘디자인 씽킹은 일시적 유행일까, 혁신의 새이름인가’라는 글은 부정적 시선을 담았다. 많은 기업이 디자인 씽킹을 혁신과 창의력 발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정의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또 디자인 씽킹은 단순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 일시적으로 유행했다가 사라진 수많은 경영전략 용어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디자인 씽킹이 반짝 이벤트로 끝나는 사례들 중 대부분은 단시간에 효과를 보려는 안일함 때문이다. 로저 마틴 교수는 『The Design of Business』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디자인을 조직의 DNA로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 씽킹은 단순한 생각(thinking)이 아니라, 액팅(Acting)이어야 하며, 기법(Art)이 아니라 문화(Culture)가 되어야 한다. 단순한 맛보기로는 큰 효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급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인사이트를 얻는 데 한계가 있고 디자인 DNA가 뿌리내리기에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더구나 외부 전문가에게만 의존하면 프로젝트 종료 후 제대로 된 구현과 관리를 해나가기도 쉽지 않다.”디자인 씽킹을 활용하는 조직의 궁극적 목표는 조직문화 자체를 고객 중심적,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데 있다. 결국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다.디자인 씽킹은 현재진행형이다Kristann Orton(2019)은 ‘디자인 씽킹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5가지(5 Tips for Avoiding the Pitfalls of Design Thinking)’를 제시했다. 첫째, 조직의 핵심 파트에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를 적용한다. 둘째, 문제해결에 있어 디자인 씽킹의 다양한 관점이 포함돼야 하지만, 해당 문제에서 전문지식 적용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고객의 목소리 하나에만 의존해서 문제해결 방법을 찾으면 안 된다. 넷째, 고객의 이야기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초조사와 이슈 확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다섯째, 디자인 씽킹이 잘 적용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그것을 깊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디자인 씽킹을 배우고 적용하는 방법은 많지만 핵심은 맥락을 이해하면서 디자인적 사고를 실천하는 것이다. 단지 따라야 하는 단계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한 문화로 통합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디자인 씽킹은 현재진행형이다. IDEO 디자인 씽킹 웹사이트를 봐도 내용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 보다 현실적이고 최근의 정보를 찾는다면 다음 기관들(Berkeley Haas Innovation Lab, Designmatters at Art Center College of Design, MIT D-Lab, Northwestern’s Segal Design Institute, School of Design and Creative Technologies a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Stanford d.school)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HRD에서의 디자인 씽킹 적용을 위한 실제적 제안디자인 씽킹을 HRD에 적용하려면 다음의 실천적 제안을 숙고해봐야 한다. 첫째, 디자인 씽킹의 배경, 철학, 맥락을 체험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각각의 단계에서 디자인 씽킹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왜 공감해야 하는지, 왜 공감을 잘하지 못하는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공감을 하나의 절차로 접근하지만, 공감은 머리의 이성보다 가슴의 감성으로 영감을 얻는 과정이다. 편견과 색안경을 버리고 진지하게 경청하고 심오하게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확산적 사고 기반 많은 아이디어 생성, 수렴적 사고 기반 최적의 평가, 바른 실패를 위한 프로토타입, 공감 과정에서 만난 사용자에 의한 테스트 등의 절차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디자인 씽킹이다. 셋째, 디자인 씽킹은 일종의 마음가짐이고 생활태도다. 방법론적 절차와 기법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씽킹에 담긴 마인드셋을 염두에 둔다면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을 넘어 조직문화 개선과 혁신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정리하면 디자인 씽킹의 이해나 전략을 넘어 성공적 실천을 목표로 한다면 외부적 도움을 내부적/개인적 전략과 문화로 체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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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교수] HR 애널리스트, 어떤 일을 하는가? (활용 역량 키우기)
HR 애널리틱스 시리즈 마지막은 개인 분석가의 관점에서 HR 애널리스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HR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했다. 특히 HR 애널리틱스의 리더로 평가받는 사람들의 커리어와 학업 배경을 되돌아봄으로써, HR 애널리스트가 되고자 한다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역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HR 애널리틱스는 여러 가지 역량이 뒷받침돼야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그것들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HR 애널리스트는 무엇을 하는가?HR 애널리스트(analyst, 분석가)는 ‘People Analyst’, ‘HR Insight Analyst’, ‘People Analytics Specialist’, ‘Reward Analyst’, ‘HR Investigation Analyst’ 등으로 불린다. 세부적으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직원들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HR 분석 실무자로 일하는 한 직원의 일상 업무 생활을 들여다보면, 주변의 팀/이해관계자로부터 다양한 분석 요청을 받는다. 대부분은 이런 요청에 대응하여 분석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 및 공유한다. 어떤 경우는 현시점의 조직 상태를 진단하는 HR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전략적 관점에서 직원 이직률이나 휴가 일수 등에 관한 몇 년 치 누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사이트 패턴을 찾기도 한다. 팀장 레벨은 조금 다른데, HR 분석 프로젝트 셋업과 향후 분석 결과를 조직의 전략 실행으로 구체화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렇다 보니 분석 역량 외에도 컨설팅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하다. 실제 데이터 수집과 전처리, 그리고 분석은 팀원들이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리더 역할을 하는 애널리스트가 분석을 전혀 수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석 과정에서의 중간 결과를 계속 내부적으로 토의하며 분석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결과 해석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의 논의를 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HR 정책 수립을 위한 계획을 주도하기도 한다.HR 애널리틱스 리더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니HR 애널리스트들이 무엇을 하느냐는 곧, 이들의 과거와 연결된다. 이런 관점에서 HR 애널리틱스 리더들의 커리어와 학업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상단의 그림과 하단의 그림은 필자가 링크드인에서 HR/피플 애널리틱스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꼽히는 279명의 프로필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들이 어떤 커리어와 학업 경험을 쌓아왔는지 살펴본 것이다. 커리어의 경우 HR, 컨설팅, HR 시스템 등의 분야에서 업무 경험을 쌓아온 것을 알 수 있다. 학업의 경우 HR 배경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다. 다만 경제학, 공학, 컴퓨터 사이언스, 조직심리 등 계량 학문 분야 출신들이 많다. 시기에 따라 HR 애널리틱스 글로벌 리더로 꼽히는 사람들의 명단이 달라지다 보니, 시간의 격차를 두고 분석한 것도 있는데, 하단의 그림을 보면 HR과 컴퓨터 사이언스, 엔지니어링 학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HR 애널리틱스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한 HR 애널리틱스 분야가 구체적으로 형성되어 가면서, 초기에는 인근 학문 분야 전문가들이 그 역할을 수행하다가 점차 ‘HR’과 ‘애널리틱스’에 집중하는 분야 출신들이 더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HR 애널리틱스 역량 개발을 위하여HR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역량을 키워서 현재 분석가로 일하고 있을까? HR 애널리스트로 일하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 영역에 대한 능력이 중요하다. HR 애널리스트는 분석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떤 분석방법을 채택하고, 어떻게 분석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방대한 인적 데이터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더불어 HR 애널리스트로서 어떤 HR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든, 초기에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통찰력, 즉 컨설팅 스킬도 필요하며, 전통적인 HR 각 영역의 특성과 맥락에 대한 이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1가지 영역만 해도 상당한 수준으로 깊게 가기 힘든데, 어떻게 4가지 영역의 역량 개발을 다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4부에서 살펴봤다시피 HR 애널리틱스팀의 일은 개인이 혼자 다 할 수 없고, 그렇기에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서로 협력하며 일한다. 애널리스트 개인이 위 4가지 역량 중 2가지-3가지만 갖추고 있어도 이미 업계에서 상당한 전문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지금까지 HR 애널리틱스를 주제로 다양한 내용을 다루었다. 여전히 HR 애널리틱스는 시장과 기업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러니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들이 함께 함으로써 데이터 기반 HR 분야를 함께 더 성장/성숙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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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교수] 피터 드러커의 목표관리 PartⅡ
피터 드러커 이전에도 많은 경영자가 뚜렷한 명칭을 쓰진 않았더라도 MBO와 유사한 방식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드러커는 여러 아이디어를 취합해서 이전 방법들의 결점을 파악했고,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즉 드러커가 주창한 ‘자기통제에 입각한 목표에 의한 관리(MBO)’는 과거와는 차별화된 개념이며,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드러커의 철학을 이해해서 실천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MBO는 기업의 모든 기능을 뚜렷한 목표에 기반해서 전체적으로, 유연하게, 온전하게 통합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미래를 ‘개척’하는 도구다. 이는 시스템과 방향성을 강조하는 시대에서 MBO, 그리고 드러커가 여전한 울림을 주는 이유다.---지난 4월호에서 필자는 피터 드러커가 저서 『경영의 실제』(1954)에서 처음 소개한 다음 제시했던 ‘자기통제에 입각한 목표에 의한 관리(MBO)’의 배경과 철학, 정의 및 목표설정 프레임워크를 살펴봤다. 되새겨보면 MBO는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로 목표설정과 지속적 모니터링이다. 둘째로 기업의 개별 구성원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들을 합의 및 조정해야 하고, 결과에 대한 빈번한 피드백을 통해 모든 목표가 중요성/관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비즈니스의 모든 기능과 활동이 전체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이런 통합이야말로 드러커가 MBO를 ‘경영철학’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목표설정과 지속적 모니터링은 다뤘던 만큼 이번 글에선 MBO를 활성화시키는 나머지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소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피터 드러커는 일을 계획할 수 있고, 실행할 수도 있는‘한 사람’이 그 일을 총괄하게 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그래야 업무의 완성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구성원에게 뚜렷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드러커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조직이며, 경영에는 분명 기계적인 요소가 존재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성과와 통합돼야 비로소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일의 계획과 실행을 분리하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업 방식을 만들고자 고심했다.테일러는 과학적 선발 및 교육, 시간 및 동작 연구, 공정한 보상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구성원의 삶도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반해 드러커는 일을 계획할 수 있고, 일을 실행할 수도 있는 ‘한 사람’이 그 일을 총괄하게 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는데 그래야 업무의 완성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각자 뚜렷하게 조직의 성과에 공헌하도록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다양한 직무와 직업을 살펴보면 그것을 부분이나 동작으로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전체로 재구성해야 정확한 이해를 통한 수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일을 통제할 수 있어야 몰입도가 크게 높아진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런 관점이 새로운 과제이자 도전이었다.드러커는 무엇이 ‘통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그가 1950년대에 GE의 컨설턴트로 일하며 눈여겨봤던 것들이다. 드러커는 다른 산업부문들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고 보고 한참 재구조화와 분권화를 추진하던 GE의 사례를 중심으로 통합 메커니즘을 저서 『경영의 실제』에서 소개했다. 그것이 바로 MBO였다. 후에 많은 기업인과 연구자가 드러커가 제안했던 MBO를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했는데 MBO는 목표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이미 많은 사람이 해온 일들을 보다 논리적이고, 효과적인 패턴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드러커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현대 경영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드러커는 목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여러 예측에 입각해서 설정되는 만큼 목표설정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실제로 5년 뒤, 15년 뒤에 펼쳐질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추측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업예측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경기변동주기가 우리의 생각을 무모한 것으로 만들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없이 계속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드러커는 MBO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해 나가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봤다.드러커는 경영진이 사업의 목표를 결정하고 나면 이를 모든 핵심 기능들에 연쇄적으로 적용하여 하위 목표들을 설정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향후 5년-15년 동안 사업에서 기대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드러커는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활동 분석’, ‘의사결정 분석’, ‘관계 분석’이라는 세 가지 방법을 추가적으로 제안했다. 그의 방법을 활용하면 사업을 분석하며 ‘우리의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실용적인 방식으로 답할 수 있다. 이렇게 실용성이 갖춰져야만 조직의 구조가 결정될 수 있으며, 구조가 사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구조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드러커의 생각이었다."MBO는 기업의 모든 기능을 뚜렷한 목표에 기반해서전체적으로, 유연하게, 온전하게 통합하는 것이다.그렇기에 MBO는 사업이 조직의 구조를 따라오게 하며,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개척하게 해주는 도구다."드러커 이전에도 많은 사람이 MBO와 유사한 방식을 실천하긴 했다. 그러나 드러커는 여러 아이디어를 취합해서 이전 목표설정 방법들의 결함이 무엇인지 파악했으며,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MBO는 하나의 탐구 및 실행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기업경영에 활발하게 적용될 수 있었다. 즉 드러커는 단순히 MBO라는 명칭만 만든 것이 아니라 MBO가 창발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결론적으로 드러커는 경영기능의 ‘전체적 통합’을 주창했으며, 그런 측면에서 MBO라는 아이디어를 과거의 것들과 차별화할 수 있었다. 사례를 봐도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남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온전한 통합의 실천’이다. 이걸 해내지 못한 기업들은 생존에 있어 큰 위협을 받았으며 또는 큰 실패를 면치 못했다. 아울러 드러커가 강조한 메시지는, 어느 조직이든 시간이 흘러가면 질서와 주안점이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고정적인 패턴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은 기능들을 완전한 통합에 이르게 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걸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MB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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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연구위원] 기업의 올바른 목적과 그 중요성
이제 세상은 기업에게 이윤과 양적 성장 이상의 목적, 즉 회사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미 많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높은 가치를 조직의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목적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의 실천이다. 그렇다면 목적이 사업과 구성원에게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필자는 3회의 연재물에서, 진화하고 있는 기업 목적의 중요성과 목적을 구심점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목적 중심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세상은 이제 기업에게 이윤과 양적 성장 이상의 목적,즉 ‘당신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묻고 있다.그로 인해 존재 이유를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재무 성과만을 좇는 기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기업은 주주 가치를 넘어,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반을 향한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 기업의 전횡을 견제하는 시민 단체의 주장처럼 보이는 이 말은 사실 경영자들의 목소리다. 이는 미국의 200대 기업 CEO 모임인 ‘Business Roundtable’이 2019년에 발표한 ‘기업 목적 선언(Statement on the Purpose of a Corporation)’의 핵심 내용으로, 이 선언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애플의 팀 쿡 등 181명의 CEO가 서명했다.이 선언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 변화의 산물이다. 세상은 이제 기업에게 이윤과 양적 성장 이상의 목적, 즉 ‘당신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엄중하게 묻고 있다. 그 선두에는 바로 고객이 있다. 기업 조사 기관인 Edelman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가격과 품질을 넘어,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추구하는 기업과 브랜드를 선택한다’라고 말한 소비자가 64%에 달한다는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LinkedIn의 2016년 조사에서 이미 M세대의 75%가 ‘기업은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응답했으며, 60% 이상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직장을 선택한다’라고 응답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1994년에서 2014년까지의 20년간 ‘조직 목적’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500%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올바른 조직 목적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존재 이유를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 단순히 재무 성과만을 좇는 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세상과 고객에 대한 기여를 목적으로 삼는 기업들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이미 많은 기업이 세상과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기여를 목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경영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의 일상화(Make Sustainable Living Commonplace)’로 회사 목적을 업그레이드한 유니레버, 창업 시점부터 ‘우리의 별 지구를 지킨다(Save Our Home Planet)’를 사업의 이유로 삼은 파타고니아, ‘미래의 창조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을 돕는다(Inspire and Develop the Builders of Tomorrow)’는 목적을 근간으로 위기를 극복한 레고까지, 많은 기업이 이윤 극대화 이상의 높은 목적을 세우고 이에 집중하고 있다.이들 기업이 목적을 중시하는 경영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업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기여를 명확히 표현해 구성원과 고객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둘째, 목적을 구심점이자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 사업과 조직 운영에서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세상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한다는 인식을 통해 구성원의 자긍심을 높여 내적으로 동기부여할 수 있다. 넷째, 본원적 목적에 집중해 단기성과주의를 극복하고 일상적 접근을 뛰어넘은 도전과 한차원 높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실제로 목적에 집중하는 노력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이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기업과 비교하여 목적에 집중하는 기업(Purpose Driven Company)은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가 4배 이상 높고, 이직률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P 500 기업의 재무 성과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목적에 집중하는 기업의 성과가 일반 기업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높은 목적은 성과를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무엇이 올바른 목적인가?지금까지 기업의 올바른 목적이 구성원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더 나아가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모든 목적이 그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올바른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보자.먼저 조직의 목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목적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업을 하는 이유(The Reason We Are in Business)’라고 할 수 있다. 조직에 따라 이를 ‘비전’이나 ‘미션’ 등의 명칭으로 부를 수 있으므로 결국 내용을 보고 파악해야 한다.우리가 주목해야 할 올바른 목적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첫 번째는 그 목적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높은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표현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동의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윤 극대화’, ‘글로벌 No.1’과 같이 대의와 무관한 목적은 내부적 목표는 될 수 있으나 앞서 살펴본 올바른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올바른 목적의 두 번째 조건은 조직과의 관련성이다. 즉 사업의 정체성과 관계가 있고, 의사결정의 실질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해외의 모 담배 회사가 내세운 ‘더 나은 미래’와 같은 목적은 회사의 정체성과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올바른 목적이라 볼 수 없다.많은 기업이 나름의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러한 이유로 올바른 목적이 줄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Harvard Business Review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고차원적이며 명확한 목적을 지닌 조직은 시장 평균 대비 5%-7% 높은 성과를 냈지만, 모호하거나 이기적인 목표를 내세운 조직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관건은 목적과 사업의 결합올바른 목적을 수립했다면 회사의 목적이 사업 및 조직 운영에 스미도록 집요하게 실천해야 한다. 아무리 그럴듯한 목적이라고 해도 액자 속에 머문다면 목적을 홍보나 이미지 개선의 수단으로 보는 얄팍한 접근, 즉 ‘목적 팔이(Purposehawking)’ 혹은 ‘목적 세탁(Purposewashing)’이라는 냉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제품 개발, 조달, 생산, 마케팅, 유통, 판매 등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을 회사의 목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목적 실천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회사의 목적이 구성원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되도록 만들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본 연재에선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강승훈 수석연구위원LG경영연구원 인재경영부문 수석연구위원으로 인사 및 조직 분야, 특히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다양한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산학협동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공군사관학교 경제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이제부터 일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위즈덤하우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