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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3-10 15: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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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라.” 발끝으로 온몸을 지탱한 채 춤을 추는 발레리나의 발은 그녀의 인생이다. ‘열정의 상징’으로 불리는 상처투성이 강수진의 발은 아름답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샘솟는 것일까? 최연소부터 최고령 발레리나가 되기까지 자신을 이끈 힘과 슬럼프 극복 비법은? 수많은 군무단원과 스태프를 조력자로 만드는 리더십의 비결은 무엇일까? 강수진을 통해 셀프리더십과 리더십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아침 7시, 이른 시간임에도 세계미래포럼에서 주최한 제43회 미래경영콘서트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다. 따뜻한 빵과 시리얼을 포함한 브런치로 배를 채우는 동안 무대 앞에선 강수진의 공연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 우승으로 세계무대 데뷔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2007년 독일 최고 예술가에게만 부여하는 ‘캄머 탠처린(궁중 무용가)’ 선정에 빛나는 1967년생 현역 발레리나 강수진. 감탄을 연발하고 있을 무렵, 긴 포니테일을 한 그녀가 도착했다.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저는 한 번도 유명한 프리마돈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놀라운 발언이다. 드림 마케팅이 식상할 정도로 일반화된 요즘, 그녀는 도리어 꿈이 없었다고 말한다.

“제겐 먼 미래나 내일이 아닌 오늘의 목표가 중요합니다. 항상 오늘, 오늘, 오늘의 계획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삶이 제 꿈이에요. 오늘 하루를 99%도 아닌 100% 살아내야 마음 편하게 잘 수 있거든요.”

강수진은 자신의 하루를 ‘매일 반복되는 심심한 일과’라고 소개했다. 5시 반 기상, 커피머신과 사우나 스위치 켜기, 혼자만의 개인연습과 샤워, 극장 출근, 연습과 공연 후 10~11시 퇴근. 자는 시간은 유동적이지만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다음 날 기상 시간은 어김없다. 잠은 무덤에 가서 자면 된단다. 단순하지만 치열하다.

“저는 발레리나든 직장인이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을 땐 남들보다 약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모나카 유학 시절이나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절박한 나머지 혼자서 몰래 보충연습을 하곤 했어요. 조금 더 하는 습관이 쌓이면 반드시 발전하게 마련입니다. 이건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열정의 불씨를 되살리는 슬럼프 극복법

열정의 여신 강수진은 지친 적이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녀는 “슬럼프는 단골손님, 부상은 친구”라며 스스로 열정을 다시 불어넣어 줄 행복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전에는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제는 저만의 약을 찾았어요. 그건 바로 모든 음식에 고춧가루를 왕창 뿌려 먹는 거에요! (웃음) 기절할 정도로 매운 걸 먹으면 머리가 띵해지고 땀 흘리며 헉헉거리느라 잠시 생각을 잊어버리거든요. 그리고 나면 괜찮아지더라고요.”

강수진은 “조금 엉뚱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작은 것에서 다시 열심히 할 힘을 얻을 수 있다”며 행복을 위한 작은 습관을 하나씩 가져보기를 권했다. 스트레스를 풀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습관. 요즘 대세인 힐링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롱런의 비결, 인간 리더십

매운 걸 먹으며 슬럼프를 극복한다는 엉뚱한 매력의 강수진. 어떤 스트레스를 그토록 받았던 것일까.

“예전에는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좋아졌어요. 제가 군무단원 생활을 10년 하다 보니 아래 단원들을 한 명 한 명 이해할 수가 있게 되더라고요. 사람을 자리로 판단하지 않고 인간으로 존중해주니까 저를 잘 따르고, 덕분에 저도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겸손한 배려를 바탕으로 한 강수진의 인간 리더십은 무대에서 더욱 빛난다. 보통 주연 발레리나․발레리노가 커튼콜을 오래 하면 뒤에서 기다리는 군무단원들은 짜증을 내기 쉽다. 그렇지만 강수진의 커튼콜은 스무 번이 넘어도 군무단원들이 오히려 함께 박수를 쳐준다고 한다.

또한, 강수진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1986년 입단한 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수위 아저씨와 청소부 아주머니다. 그녀는 이들이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올라가는 것보다 정상의 유지가 더 힘든 과제인 것 같아요. 인격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은 빨리 올라간 만큼 빨리 내려오게 됩니다. 제 롱런의 비결을 굳이 꼽으라면 인간존중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을 존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은 애초에 버려야 합니다. 지위의 높낮음에 관계없이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고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어디를 가든 환영받는 여러분의 장점이 될 것입니다.”

열정과 인간성을 겸비한 열인 강수진. 그녀의 ‘오늘’이 더욱 기대된다.

 
 


글 김나율 기자 | 사진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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