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심장을 두드린다
“둥두르르 둥두르르” 항아리를 두드리며, 물이 튀는 환상적인 장면과 리듬이 주는 비트. 1997년 10월 10일 한국인의 심장을 뛰게 한 넌버벌 공연이 다음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호암아트홀에서 한 ‘난타’공연이 신선한 장르를 필요로 했던 관객의 심장을 마구 난타했기 때문이다. 사물놀이에 익숙한 한국인에겐 신명 나는 흥을, 아시아에 색다름을 원했던 세계엔 스톰프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드라마를…….
요리를 소재로 당신의 심장 박동수와 같게 두드리는 공연 ‘난타’의 초창기 멤버 김문수 배우를 만나 그 신명의 근원인 팀워크 얘기를 들었다.
공연 위에서 신명 나는 팀워크를 자랑하는 난타의 열정과 몰입도, 집중력과 흥이 조직의 팀워크에서 일어난다면, 얼마나 큰 성과를 불러올지 짐작 할 수 있다. 이를 알아챈 몇 몇의 기업에서는 이미 공연을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원이 직접 난타를 경험케 해 팀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
신명 나는 팀워크의 비결은 일상 속 유쾌한 대화
난타의 타악기를 두드리는 소리는 사람의 심장 박동 박자와 흡사하다. 아기가 태아에서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을 때, 최상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난타와 관객의 완벽한 호흡의 일치. 난타와 관객이 비트에 몰입되는 순간, 난타와 관객은 하나가 되어 공연한다. 난타만의 저력이다.
무대 위에서 어떻게 이런 소름 돋을 정도의 완벽한 팀워크가 발휘 되냐고 기자가 질문하자, 그는 지방 및 국외 출장 등으로 무대 위 시간보다 일상에서의 시간에서 부딪힐 일이 많은 난타 조직의 특성상 무대 밖에서 작품 얘기는 안하고, 주로 일상의 유쾌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일상에서 유쾌해야 무대에 올라갔을 때, 유쾌하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단합이 되기 위해 일상에서부터 신뢰하고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다.
난타 등장인물은 총 다섯 명으로 여 주방장, 섹시 가이, 매니저와 그의 막내 조카인 네퓨 그리고 헤드로 구성된다. 네퓨가 낙하산 타고 들어와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처음에 난타는 태극기의 블루, 화이트, 레드, 블랙 총 네 팀이었다가, 지금은 그린, 오렌지, 네이비, 브라운, 퍼플, 옐로우까지 총 열 팀으로 늘어났다. 그는 화이트 팀 매니저이다. 매니저라는 호칭이 신기하다. 이를 묻자, “무대에서는 모두가 동등하게 연기하기에 특별히 리더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할 상 가장 오래된 경력자가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된다”고 한다.

팀의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으는 힘
1996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던 한 전시회. 망가진 청소기, 냉장고 등을 갖고 타악기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김문수 배우였다. 이 소문을 들은 송승환 PMC프로덕션측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그의 15년 난타 인생이 시작된다.
처음에 난타는 송승환 대표를 주축으로 김문수 배우와 팀원들의 열띤 회의 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로 ‘요리’라는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고, 김문수 배우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단순히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공연에서 그치지 않고, 탄탄한 드라마의 넌버벌 공연이 완성됐다. 덕분에 난타에는 요리와 타악기란 형식에 탄탄한 드라마까지 합세해 기존에 있었던 스톰프 공연에서도 볼 수 없는 창작품이 탄생했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난타 팀은 매번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 팀을 늘려가고 있다. 기자가 그 많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취합하는지 묻자, 자신이 맡은 일 외에 간섭하는 것은 철저히 배제한다고 한다. 결국, 많은 팀원의 의견을 듣지만, 최종적으로는 담당자의 결정을 믿고 따른다는 이야기이다.

존경받는 리더의 필수 조건 ‘솔선’
그는 작은 소품 하나도 자신의 손으로 챙기고 솔선하는 리더이다. 그렇기에 그가 이끄는 화이트 팀은 불화가 없다.
그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다고 하자 그는 “리더는 ‘조력자’입니다. 함께 힘을 내서 같이하는 것이죠. 제가 선배라고 해서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함께해야만 후배들이 저를 따라오고 함께 힘을 내서 할 수 있습니다”며, “요즘 친구들은 나이가 많거나 선배라고 해서 존경을 주지 않아요. 자신이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인정할 때 주는 선물이 존경”이라고 한다.
조직 문화에 난타가 줄 수 있는 유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마지막 질문을 하자, 그는 ‘남자의 자격’을 예로 든다. “무슨 일을 하든, 나이가 어떻든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합창하자 음악을 매개로 아름다운 하모니가 이루어졌다”며, “이것이 문화의 힘이고, 난타가 세계화된 힘은 ‘김치’에 있다”고 한다. 김치는 가장 한국적인 것.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것. 그리고 김문수 배우 그 자신을 찾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난타는 사물놀이를 통해 우리의 가락을 만든 선조의 소리를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북, 장구, 징, 꽹과리를 도마, 칼, 항아리, 스틱으로 연주하는 난타 팀을 보며 한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글/사진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