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기업은 망하는가? - 계획은 거창한데 결과가 없다
실적을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한다. 심한 경우 3개년 평균 실적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는 사고가 만연하다. 어느 회사가 연평균 10% 성장한다고 하면 그곳은 우리 회사와 다르다고 한다. 목표를 높이는 일은 바보나 하는 일로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급여가 동결되면 난리가 난다. 물가 인상을 이유로 그 이상 급여 인상을 이야기한다. 또한, 복리후생 축소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식당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자신의 이익에는 민감하고 회사의 목표와 이익에 대해서는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사례 1)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라고?
인사팀 김 부장은 오늘도 각 팀을 돌며 목표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좀 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 열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목표가 낮으면 100%를 달성하더라도 성과의 크기가 작지만,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비록 90%만 달성하더라도 낮은 목표를 모두 달성한 것보다 성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각 팀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오히려 우리 회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팀장에게 좋은 평가를 한 적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낮은 목표라도 상사가 승인한 것이고 최선을 다해 그것을 달성한 사람이 인정받는 것이지, 처음부터 무모하리만큼 높은 목표를 잡고 달성하지 못하면 그 사람이 바보지!”라며 김 팀장이 외부에서 입사해 아직 우리 회사 현실을 모른다고 덧붙인다.
구매팀 이 부장은 매우 적극적이고 의욕이 강한 고참부장이다. 그러나 팀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그는 매사 일벌이기를 좋아했다. 그룹 구매 통합, 구매 시스템 개발, 구매 선진화 방안 등이 모두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룹 구매 통합은 그룹 전산시스템 구축과 함께 원가절감에 큰 기여를 했지만, 또 하나의 도전과제인 글로벌 구매 전략 보고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애초 3개의 과제 중에 2개를 끝냈다. 지금까지 구매부서가 해오지 못한 2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큰 성과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2개 과제만 성공한 것이다. 작년에도 이 부장은 선진 구매기법을 도입하여 구매 선진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해를 넘겨 마무리했다. 다른 팀원들이라면 1년 이상 해야 하는 어려운 프로젝트였음에도 회사는 이런 상황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안정적인 목표 달성이 더욱 중요함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된다.
사례 2) 뭐 제대로 끝내 놓은 것이 없잖아?
최 전무의 요즘 심기는 불편하다. 작년 말에 지시한 사안이 해가 바뀌고 4월이 되었는데도 보고서가 올라오지 않는다. 사실 그 보고서는 사장의 지시사항이기 때문에 2월 이전에 실행을 해야 했다. 몇 번이나 빨리 초안이라도 가져오라고 해도 소식이 없다. 담당자를 직접 불러 작업을 지시했건만 아무런 결과가 없다. 최 전무는 결국 전체 관리자 회의를 소집했다. 모든 관리자를 모아 놓고 일의 취지와 기대하는 보고서의 결론을 설명하고 응모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모두 책상만 바라본다. 정적이 흐른다. 결국 기획팀장이 아무리 늦어도 2주 안으로 보고서를 올리겠다고 한다. 6개월을 기다린 보고서이기에 2주 기다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목차부터 하나 하나 꼼꼼히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회의를 마쳤다.
1주일 후, 30여 페이지의 초안을 들고 기획팀장이 들어왔다. 보고서에는 방향과 전략만 있을 뿐 구체적 방안이 없었다. 그 많은 전략을 다 수행하려면 현재의 재원과 인력으로는 할 수 없는 계획뿐이었다. 최 전무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보고서를 놓고 가라고 했더니 마치 보고를 마쳤다고 생각하는 듯 무엇이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최 전무는 보고서를 하나씩 수정하기 시작했다. 네 시간여를 수정한 후 기획팀장을 불렀다. 처음부터 다시, 자신이 작성한 초안을 기초로 업무를 추진하라고 했다. 지시를 내리면서도 언제까지 자신이 직접 해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사례 3) 계획은 거창한데 결과가 없다
사장의 지시가 있으면 본부장이 팀장에게, 팀장은 곧바로 담당자에게 그대로 업무를 지시한다. 팀장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기대수준은 어떠한지, 어떤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언제까지 하라는 말만 전한다. 이 대리는 A프로젝트를 지시 받아 방향과 전략을 수립했다. 혹시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팀장에게 이런 방향에서 이러한 전략을 도출하면 되겠느냐고 물으니 그대로 하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자료를 달라고 한다. 구체적 방안이 없다고 하니 그냥 달라고 한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 온 팀장은 누가 이렇게 거창하게 계획만 세웠느냐고 질책한다. 하나의 전략이라도 제대로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그 하나의 전략이 무엇이라는 이야기는 없다. 무조건 다시 하라고 할 뿐. 이 대리는 여러 전략 중에 중요도와 긴급도를 비교한 후 하나의 전략을 선정해 팀장에게 가져갔다. 팀장은 다 해서 가져오라는 한마디만 한다.
이 대리는 구체적 방안까지 마련하고 향후 추진일정까지 보고서에 담았다. 본부장은 누가 이런 전략을 선정했느냐고 역정이다. 겨우 이런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몇 개월을 낭비했느냐고 한다. 우리 회사는 미래 A사업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도 기존 사업의 틀에서 머물고 있다며 이런 사고를 하니까 매출이 제자리라고 급기야 보고서를 던져 버린다. 이 대리는 자리에 돌아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한다.
사례 4) 쉬운 목표만 설정해라
김 상무의 목소리가 사무실의 정적을 깬다. 순간 모두가 오늘은 또 누구냐는 표정으로 김 상무의 방을 응시한다. 입사 2년 차의 이순진씨다. 김 상무는 “네가 아무리 잘나고 뛰어나다 해도 어떻게 이 목표를 다 달성하느냐? 만약 한다고 해놓고 달성하지 못하면 누구 책임이냐? 책임지지 못할 계획을 세워 너뿐만 아니라 조직에 폐를 줄 생각이냐?”며 혹독하게 질책한다. 이순진씨는 어찌할 바 몰라 말 한마디 못한다. 보기가 안되어 보였는지 이 부장이 들어가 다시 검토하고 보고하겠다고 한다. 김 상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부장에게 화살을 돌린다. “부장이 되어 후배가 기획을 잘못하면 고쳐줘야지 어떻게 남의 일인 양 내버려 두었느냐? 옛날에는 후배들이 한 일에 대해 선배들이 하나하나 조언해 주고 고쳐줘서 후배들이 일을 올바르게 하도록 했는데 요즘은 관심이 없고 제 일만 챙긴다”고 나무란다. 이 부장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순진씨를 데리고 나온다.
순진씨는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는 더욱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보다는 보다 큰 프로젝트를 만들고 그 일에 몰입하고 싶었다. 그가 제안한 것은 메가 프로젝트로서 최소 2~3명이 1년간 집중해야 할 2개의 대형 도전과제였다. 이러한 과제를 해낼 때 회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뿌듯한 기대를 안고 올해 목표로 잡은 것이다. 목표설정부터 전략과제까지 명시하고 1년의 2/3를 이곳에 매진하겠다고 했으며, 지원도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대리급으로 1명의 멤버를 지원해 준다면 8월까지는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이러한 그의 제안을 김 상무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네가 무슨 능력으로 이 일을 다하겠다고 하느냐”는 핀잔과 함께 말이다.
이 부장은 이순진씨에게 쉬운 목표를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회사는 어려운 도전목표를 설정하여 성공하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실패하면 그 책임을 묻고 성과평가 최하위가 된다고 한다. 쉬운 목표를 120% 달성하면 최고 평가인 S등급을 받게 되지만 도전과제를 목표로 해 90% 달성하면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게 된다고 한다. 회사에 미치는 성과는 후자가 훨씬 크지만 목표 달성을 못 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쉬운 목표를 설정해서 적당히 높게 성과를 내라고 한다.
또한, 조직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조직이 목표를 100% 달성하면 B등급을 받지만 110% 달성하면 A등급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몇 % 달성이라고 한다. 왜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는 다 경험에서 나오는 소중한 이야기이니 잘 간직해 들으라고 조언한다. 순진씨는 김 상무로부터 왜 질책을 받게 되었는지 이유는 알게 되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자랑스럽고 성취감을 느낄 만큼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