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고졸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금융권과 산업계, 공공부문 등에 고졸 취업의 열기가 뜨겁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고졸 공채를 부활시키고 있으며, 공기업, 경제단체, 정부도 고졸 채용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고졸시대가 열리면서 정부, 기업, 대학이 근로자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학습과 일자리, 삶이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교육과학기술부 평생직업교육관 김영철 국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신(新) 고졸 시대의 흐름을 살펴봤다.
HRD \ 먼저, 고졸시대 도입배경을 말씀해주십시오.
김영철(이하, 김) \ 지금까지 우리 사회 인식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답게 살기 어렵다는 획일화된 성공 기준이 있었어요. 지난해 연말 영국의 한 매체에서는 우리 사회를 One-Shot Society라 명하고 대학만을 향한 교육중독을 꼬집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사교육의 문제, 청년실업,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 등이 비일비재하게 되고, 노동시장의 인력수급 불일치와 사회 혼란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입니다. 40대~50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이제는 산업계를 퇴직하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가속화됐어요. 따라서 인력의 공동화 현상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HRD \다시 찾아온 고졸시대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김 \노동시장의 인력수급 불일치와 인력 공동화 현상, 청년실업의 문제와 맞물린 상황에서 이번 MB정부에 들어서서 시기적절하게 수요와 맞았습니다. 우리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졸업 이후 학습의 개념이 없습니다. 대학에서 일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됐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평생교육 역시 발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졸시대를 열면서 평생교육의 개념, 자신이 원할 때는 언제든 학습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고졸시대와 평생교육시대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는 말을 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는 학습과 일자리의 동행으로 일, 배움, 삶이 같이 융합 또는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HRD \고졸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이 졸업 후 취업하여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면서 필요한 때 대학에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과 학습을 병행하여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제도인 ‘선취업 후진학’ 정책이 있습니다. 그동안 상당부분 잡 미스매치 및 스킬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했는데, 미스매치 현상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차원에서 '선취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후진학'은 일과 학습을 병행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고졸 취업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지속적으로 재교육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까지 사내대학, 기술대학, 계약학과, 산업단지 캠퍼스 조성 등 근로자를 위한 기회를 확충해 왔으며, 특히 지난해부터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위한 재직자 특별전형을 제도화했습니다. 그 결과, 23개교가 1천 명 정도의 근로자 학생을 선발했으며, 올 가을에는 40개 정도 학교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HRD \선취업 후진학 정책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김 \사실 우리나라에서 중등 직업교육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있었어요. 그러나 유망분야의 특화된 산업분야와 연계하여 예비 마이스터를 양성하는 취업률 100%의 산업맞춤형 마이스터고등학교를 2010년 출범하면서 중등 직업교육을 선도하는 모델이 생겨나게 된 겁니다.
마이스터고의 혁신적인 교육활동과 기업의 채용확정이 이어지면서 그 변화의 바람이 특성화고에도 훈풍되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올 들어 38.1%로 급증하는 등 특화고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고교-대학-취업’이라는 우리 사회의 획일적인 성공경로에 반기를 들고 고교만 졸업해도 100% 취업할 수 있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졸 취업붐이 일자, 전국적으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가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 가는 학교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됨으로써 학교 교육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산학협력 모델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제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HRD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김 \결국 학습과 일자리가 아름다운 동행을 하기 위해서는 산학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마이스터고의 성공 열쇠이자 강점은 기업과 학교간 상생 파트너십입니다. 이를 위해 마이스터고의 교육과정을 산업수요 맞춤형으로 개편했습니다.
학교를 변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는 산업체 CEO를 마이스터고 학교장으로 임명하면서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 및 운영이 가능하며,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실질적인 한국의 산학협력 모델이 마이스터고부터 형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학교와 산업체의 협력은 교사의 산업체 연수, 실험기자재 지원, 맞춤반 운영을 통한 특별과정, 방학중 학생 기업체 인턴십 및 학생 장학금 지급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으며, 이는 재학 중 학생 채용약정으로 이어지는 등 다양한 형태의 산학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처럼 기업과 학교가 손을 잡고 산업계의 수요와 협력 속에 미래의 기술명장을 양성하는 좋은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HRD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 \아직까지도 우리 인식이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3D 개념으로 보고 있어요. 그러나 이제는 많이 변화했거든요. 대기업에서는 고졸자의 역할이 한정적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더 넓게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거든요.
올해부터는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지원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이 고졸자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단순업무 및 대체인력 개념이 강했다면, 이제부터는 우리 기업의 인재로서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재투자를 계속해서 이어나감으로써 우리 학생들이 꿈과 비전을 가지고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CEO들이 근로자 재교육에 상당히 소극적인 편입니다. 이유 중의 하나는 인력 유출 문제 때문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사정위원회 등에서 인력 유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재교육의 기회를 통해 발전하고, 그들이 혁신 기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하는 고민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 김영철 국장은 “결국 학습과 일자리가 아름다운 동행을 하기 위해서는
산학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마이스터고의 성공 열쇠이자 강점을
“기업과 학교간 상생 파트너십”으로 꼽았다.
HRD \선취업 후진학 제도의 성공적인 정책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김 \우선적으로 계속해서 일자리 문제가 이슈입니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을 올바로 이해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서 고졸자들이 일자리를 찾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공기업, 산업계 등에서도 고졸자 문호를 넓혀가고 있지 않습니까? 기업과 학교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고졸자들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또한,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후진학 기회의 보장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부에서는 사내대학, 기술대학, 계약학과 등 근로자를 위한 후진학 기회를 확충해 왔습니다. 이와 더불어 근로자가 시간과 거리 및 비용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방송대학과 사이버대학의 원격교육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대한상의도 기술사이버대학 신설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HRD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기업이 고졸취업자에 대해 문호만 개방해서 될 문제는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에서 고졸취업자들이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열린고용사회의 구현입니다. 학력에 의한 구조에서 이제는 능력중심, 실적중심의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업이 나서야 합니다.
지난해부터 일부 대기업과 은행들이 고졸취업자에 대해 입사 후 일정기간 경과 시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해줄 수 있도록 인사·보수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고졸시대를 확고히 정착시키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 될 것입니다. 특히 올해 정부는 능력 중심 고용관행을 선도하고자 공공기관의 인사·보수 규정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HRD \후진학 기회의 보장을 위한 대학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김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대학 입학정원 대비 졸업자 수가 10년 후 약 40%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대학이 학령기 아동 중심의 기존 학사체제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겁니다. 산업체 근로자 등 성인 학습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고등교육체계 및 평생교육 체계 도입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후진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제2회 마이스터고 합동 개교식 축사에서
“21세기는 학력이 아닌 실력이 존중받고 평가를 받는 시대가 왔다.
창의력과 기술력이 주도하는 시대를 맞았다”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학력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교육과학기술부는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지난 4월 17일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산업수요에 맞는 실전형 명품인재로 양성될 수 있도록
현장실습제도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공동노력하기로 했다.
글+사진 김보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