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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7-26 10: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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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첫 순서로〈브리꼴레르〉를 왜 썼는가에 대한 얘기를 했다. 이번 호에는 해결사적 기질과 위기탈출 능력이 뛰어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인재상 브리꼴레르의 면모를 다각도로 밝혔다.


브리꼴라주(Bricolage)’는 원래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또는 ‘수리’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말이다. 이 단어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vi-Strauss)가 그의 저서〈야생의사고〉에서 사용함으로써, 신화(神話)와 의식(儀式)으로 대표되는 부족사회의 지적 활동이 어떤 종류의 것인가를 나타내는 말이 됐다. 특히 그는 원시부족사회의 문화에 큰 관심을 두고 ‘브리꼴레르(Bricoleur)’의 역할을 규명하고자 했다. 브리꼴레르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일(직업)에 손을 대는사람’이니 브리꼴라주를 수행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브리꼴레르는 부족사회의 문화적 전통을 이어가는 담당자다. 그는 한정된 자료와 용구를 가지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부족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일종의 손재주 꾼이다. 브리꼴레르는 충분한 시간과 자원, 만족스러울 만한 도구를 갖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한정된 시간과 자원, 현재 가용한 도구를 활용해 주어진 목적을 달성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문가가가 활용하는 도구는 이미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브리꼴레르=맥가이버=스트릿 스마트
브리꼴레르는 뛰어난 임기응변을 근간으로 신속한 상황판단과 의사결정,과감한 행동을 통해 문제나 위기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탈출하는 인간형이다. 이런 유형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바로 한동안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맥가이버(MacGyver)〉다. 드라마에서 맥가이버는 화학, 물리학, 지질학 등 과학적 지식과 자신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도구 그리고 현재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기발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드라마틱하고 스릴만점의 연기를 보여준다. 맥가이버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모범생이라기보다 모험생이며,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책똑똑이(Book Smart)라기보다 거리에서 산전수전다 겪으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스트릿 스마트(Street Smart)가 떠오른다.

모든 사물의 가능성을 본다 ‘브리꼴레르’
브리꼴레르서의 맥가이버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도구는 이미 존재하는 잡다한 사물, 도구, 연장 등이다. 즉 우연의 산물인 잡다한 사물이나 도구들을 주어진 목적 달성에 맞게 재조합하거나 기능이나 용도를 변경해 사용하는 도구들이다. 브리꼴레르의 도구 사용방식에는 우연성과 미결정성이 잠재되어 있다. 우연히 만난 도구지만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 상황에 어떤 방법이든지 강구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모든 도구에는있다는 점이다. 브리꼴레르가 사용하는 도구는 해당 도구가 다른
도구 및 주어진 문제 상황과 어떤 접속을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도구로 재탄생한다. 브리꼴레르에게 주변의 모든 사물과 도구는 언제나 쓸모 있음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떤상황에서 어떻게 쓰일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을 뿐이다. 도구는 그냥 거기에 있을 때는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도구가 빛을 발하는 시기는 도구가 문제상황에 적용될 때부터다.

결핍 속 기회를 찾는 ‘브리꼴레르’
브리꼴레르에게 배워야 할 두 번째 교훈은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과 자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경험이나 지식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다 안 되면 포기한다. 그러나 브리꼴레르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한계 지점에서 도전을 시작한다. 충분하지 않은 시간과 자원, 한정된 공간과 조건에서도 지금 가용한 자원과 내 지식을 조합, 멋진작품을 만들어낸다. 음악도 불충분한 수단으로 위대한 결과를 이루는 길이라고 하지 않던가. 베토벤의 말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충분한 조건하에서 창조가 일어나지 않는다. 뭔가 부족하고 결핍된 공간, 심각한 위기와 한계 상황에서도 브리꼴레르는 원하는 답을 찾아낸다.

호모 루덴스=브리꼴레르
브리꼴레르에게 배워야 할 세 번째 교훈은 재미있게 노는 호모 루덴스적 기질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유희의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본질을 유희나 놀이라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이다. 문화사를 연구한 네덜란드의 호이징가에의해 창출된 개념으로 유희라는 말은 단순히 논다는 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킨다.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는 학문, 예술 등 인간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브리꼴레르는 일상의 보잘것없는 사물들을 갖고 재미있게 노는 아이의 모습을 닮았다. 아이들은 막대기, 빗자루, 깨진 그릇, 굴러다니는 공, 주변의 돌멩이를 주워 모아 놀이에 활용하는 훌륭한 브리꼴레르들이다.

즉흥연주자 ‘브리꼴레르’
브리꼴레르에게 배워야 할 네 번째 교훈은 재즈연주자의 ‛임기응변력’과‛즉흥성’이다. 브리꼴레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즉흥연주를 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연주자가 각각의 악기를 갖고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지휘를 시작한다. 그에게 훌륭한 연주자와 악기는 보다 잘어울리는 화음을 낼 수 있는 연주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는 정해진 각본과 연주곡에 따라 한 치의 빈틈없이 완벽하게 화음을 만들어내야한다. 그러나 재즈 연주자로서의 브리꼴레르는 지금 상황에 적합한 곡을 즉흥적으로 연주한다. 그에게 잘 짜여진 각본은 오히려 그의 창작욕을 떨어뜨리는 장본인일 뿐이다. 브리꼴레르는 주어진 상황이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를 마음으로 읽고 거기에 상응하는 즉흥연주를 할 뿐이다.

* 참고 <브리꼴레르: 세상을 지배할 지식인의 새 이름>, 유영만, 쌤앤파커스, 2013



글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수(지식생태학자)






▶ 유영만 교수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통해,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안동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학과장 겸 한양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교육공학을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도 동시에 넓게 공부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와 ‘뜨거운’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지금까지 68권의 저서와 역서를 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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