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은 하는데 취업은 되지 않고, 기업에서는 기술 인력이 모자란다니 이런 방식의 국가적인 미스매칭은 더 없어야 합니다.” 올해 구성된 정병석 ‘직업훈련혁신 및 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직업능력개발 혁신 계획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중앙집중적 차원이 아닌 지역과 산업계 위주의 직업훈련체계로 개편되는 변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10월 1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직업훈련혁신 및 심사평가위원회(이하 심평위)’의 첫 회의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지난 9월 24일 정부가 발표한 ‘직업능력개발 혁신 3개년 실천계획’에 따른 후속조치로, 현재 직업훈련 지원체계가 산업계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전면 개혁하기 위해 세운 방안이다.
따라서 심평위는 29명의 HRD전문가들이 모여 직업훈련과정 심사 및 평가 기준, NCS 기반 신 자격 등 다양한 정책을 심의하고, 일학습병행제의 기준과 산업계 참여 활성화 방안 등을 매달 집중 논의하게 된다.
교육훈련, 지역산업 맞춤형이 답이다
정 위원장은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차관과 한국기술대학교 총장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이 HRD와 관련된 내용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소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폭넓은 관점에서 문제들을 접근하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그는 이번 정부의 직업능력개발 혁신 방안은 크게 고무적인 일이라고 봤다.
“지역특성에 맞춰 교육훈련을 한다는 것은 혁신적인 발상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중앙집중적이고 공급자 중심으로 교육훈련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동안 지역 맞춤형 HRD에 대한 노력은 많았지만 거버넌스가 제대로 형성돼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구성돼 앞으로 활발한 활동이 예상됩니다. 앞으로 이들의 실적에 따라 운영예산을 준다고 한다면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더욱 활성화될 것입니다.”
취업과 기술 인력풀 수요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제를 바꾸어, 지역에서 교육훈련 지원을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차원의 인재육성 정책은 상당한 지원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국의 고용 및 인재육성 정책은 개발도상국들에게 가장 적합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중 남미 IDB(미주개발은행)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정 교수가 고용정책에 대한 내용을 직접 프레젠테이션 했다.
“개발도상국 실무자들은 단시간에 성장한 한국의 고용정책이 미국이나 호주 같은 선진국의 사례보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설명하면서 각국의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정병석 위원장은 지역 맞춤형 교육훈련을 위한 이번 혁신 정책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고민해온 일, 합리적인 논의로 풀어갈 것”
심평위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9명이 모여있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상충돼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대부분 오랫동안 NCS 개발에 주력했던 사람들을 위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위원들이 아니고 기업 대표 학계 전문가를 비롯해 1년 이상 걸쳐서 NCS 만드는 과정 참여자, 기업체 섹터 카운슬 담당자, 지역인적자원위원회 인원 등 오랫동안 HRD를 고민했던 사람들이에요. 이들과 함께 훈련 프로그램을 심사·지원하는 세부기준을 객관적으로 만들고 실행해하는데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고 조정할 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훈련생 지원정책을 취업률을 기준으로 잡을 계획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는 교육훈련과 취업률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곳이 있어 융통성을 발휘해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조만간 소위원회를 구성해 업종별로 의견을 조정하고 심의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주도가 핵심 이번 심평위가 만들어진 가장 큰 목적은 산업계 중심의 직업훈련 지원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그간 고용노동부는 직업훈련혁신 및 훈련품질제고를 위해 직업능력개발 포럼을 올해 초부터 진행했으며 일·학습병행을 비롯해 NCS, 평생직업능력개발 등 5대 추진과 제별 실무 TF를 꾸려왔다.
“산업수요에 맞는 직업훈련이라는 테마는 이미 7,80년대부터 논의됐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훈련과 고용의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었죠. 하지만 오늘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어 구직자의 수에 맞는 적절한 교육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라도 인재가 필요한 곳에 질 높은 훈련을 지원할 수 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 위원장은 앞으로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던 Top-down 방식에서 지역이나 산업체에서 시작하는 Bottom-up 방식이 기업 경쟁력과 국가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1990년도 초에 전 근로자에게 평생에 걸쳐 교육을 시키자는 원대한 플랜이 만들어진 내용들이 지금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좋은 제도와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능력개발사업이 바로 그 예입니다. 앞으로 산업체 주도로 능력개발 사업을 업종별의 특색에 맞게 꾸려나갈 수 있다면 고용문제나 교육훈련문제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글·사진 김관모 기자

▲ 정병석 직업훈련혁신 및 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
서울대학교 무역학 학사
미시간주립대학교 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제14대 노동부 차관
제5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석좌교수
저서 <이기는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