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RD는 일반교육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교육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종종 전통적인 HRD업무에만 한정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HRD를 교육이라고 하는 틀에만 가둬두지 말고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인포멀러닝이 HRD에서 화두가 된지 오래지만 여전히 사업장에 정착되지 못해 고민하는 HRD 담당자들이 많다. 김현수 SK플래닛 인재육성팀장은 인포멀러닝을 성공적으로 회사의 조직문화에 안착시키고 있다. 김 팀장은 HRD를 바라보는 눈을 기존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플래닛은 설립된 지 3년여 밖에 안 되는 젊은 회사다. SK텔레콤 분사 이후 SK마케팅앤컴퍼니와의 합병 등을 통해 현재의 SK플래닛이 되었고, 그래서 SK플래닛만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 사업이 중심인 SK플래닛의 특성상 지속적 혁신과 창의성은 필수적인 문화적 기반으로, 이를 위해 그는 보다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저희는 이러한 문화적 방향성을 가지고 HRD를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다양한 인포멀러닝 방식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조직문화 바꿔야 인포멀러닝 성공한다
김 팀장은 실은 HRD전문가라기보다는 인사관리 전문가에 가깝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영지도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0년부터 SK주식회사에 들어와 인력팀에서 인사기획, 평가·승진 등 다양한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했었다. SK관계사들의 합병 건이나 인사 관련 프로젝트팀이 꾸려질 경우 김 팀장이 관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HR, 사업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그야말로 멀티 인재라 할 수 있다. 그러다가 2008년 설립된 SK마케팅앤컴퍼니(現 SK플래닛)에서 기업문화와 HRD를 맡게 되었다. “HR과 관련해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다보니, HRD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HRD를 교육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경영의 일부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야 ‘없어도 되는 교육’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K플래닛은 2013년에 인사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보다 수평적인 문화조성을 위해 기존 직급체계를 없애는 혁신적인 인사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사람들이 권위주의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인포멀러닝은 어렵습니다. 역량이 있다면 나이와 입사 연차에 상관없이 팀장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SK플래닛에는 입사 3년차 팀장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 번 해보자’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교육담당자가 아닌 마케터처럼 일하라
김 팀장이 자랑하는 SK플래닛의 인포멀러닝 프로그램은 플라스터와 플라랩, 펀치 등이 대표적이다.
플라스터(Plaster)는 사내 전문가 제도로, 일정 수준이상의 전문 역량과 직무 경험을 지닌 직원 가운데 추천을 받아, 최종적으로는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하여 선정한다.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본인이 자신의 지식을 나눌 생각이 없다면 플라스터가 될 수 없다. 이렇게 선정된 플라스터들은 현재 80여명이 넘으며, 직원들에게 강의를 한다거나 과외(1:1 개 인지도) 등의 활동을 한다. 또한 사내강사와는 다르게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자율적인 상호학습구조를 지향한다. 플라랩(PlaLab)은 서로 다른 팀으로 구성된 직원들 2인 이상이 모여서 자유롭게 학습하는 사내연구회로, 금년만 약 150여 개의 플라랩이 활동을 했다.
특히 김 팀장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프로그램은 펀치(Punch)라고 불리는 플래닛런치 세미나다.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 점심시간에 간단한 식사와 함께 사업 내용이나 플라스터들의 강의가 진행된다. 강사는 모두 사내 직원들로 자신의 전문 지식 또는 성공 사례, 경험 등을 자유롭게 얘기 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다. 올해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사내 공간상 190명 정원으로 운영되는데, 공지를 하면 2주 전에 마감될 정도로 회사 내에서 인기가 높다.
인재육성팀은 이런 프로그램을 철저히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렇기때문에 사내 다양한 매체를 활용,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고, 우수 사례 또는 컨텐츠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과정에 참여한 직원들의 의견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등,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즐겁고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 팀원들에게 우리는 HRD담당자이면서 동시에 사내 마케터라고 강조합니다. 강의 참가자들 대상으로 이벤트도 기획하고, 주제와 강사가 정해지면, 담당자가 일일이 강사와 만나서 강의 방식이나 콘텐츠 등을 함께 논의하고 기획합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이 더해져야 새로운 프로그램이 정착되고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김 팀장은 여전히 새로운 인포멀러닝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기존 강의나 교육 등을 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M러닝, 사내외 전문가들이 함께 주요 이슈나 트랜드에 대해 지식을 공유하고 토의하는 지식컨퍼런스, 회사의 제도·시스템 등의 설명이나 플라스터들의 강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TED PLANET 등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전문성 및 경험 등도 PR하고, 자발적으로 서로의 정보와 아이디어도 공유하는 장을 늘리려 하고 있다.
“과연 내가 교육과정으로만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를 있게끔 한 80%~90%는 상사, 동료 등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또는 거쳐 온 직무 경험 등 인포멀러닝 형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하는 HRD가 되기 위해선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열려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HRD를 교육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좀 더 경영의 일부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야 '없어도 되는 교육' 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김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