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공무원의 교육훈련 분야는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많다. 일반행정직의 경우 1~2년 내 순환보직이 이뤄지고 있어 교육노하우를 쌓기 힘들며, 경직된 계급제 때문에 원활한 소통도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시학습제와 직무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도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공무원 교육의 방향을 되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좋은 본보기에 대한 사례다. 이를 위해 공무원교육원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한만수 강원도인재개발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만수 강원도인재개발원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유치지원단장과 추진본부장을 지낸 스포츠 관련 공직 인사였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한 원장은 2012년 지방행정연수원교육을 받고, 강원도인재개발원의 수장을 맡게 됐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 때문일까. 강원도인재개발원은 지난 9월에 열린 전국 시·도 교수요원 연찬대회에서 기관상 분야로 2년 연속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강원도민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특히 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공무원들에게 도전의식과 열린 마인드를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주역이라는 마음으로 나서라
한만수 원장이 처음 시작한 일은 직원들의 의식개혁과 교과목 개편이었다. 강원도 특성상 능동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부족하다고 봤던 것이다.
“강원도인들은 숙명적이고 수동적 사고에 젖어있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를 계기로 강원도민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특히 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공무원들에게 도전의식과 열린 마인드를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강원도 인재개발원에는 당시 니즈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공급자 위주의 교과목들이 너무 많았다. 따라서 한 원장은 다른 지역연수원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강원도의 각 사업장에 연락을 취해 공무원들의 니즈에 맞게 직무교과 전 과정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불필요한 부분들은 과감하게 통폐합시키고, 강의중심 교과목보다 시간이 짧더라도 현장과 연관된 교과목 개발에 집중했다.
또한 교육 비수기를 활용해 개발원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공무원 교육 선진지 벤치마킹을 실시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공무원 교육의 최신 트렌드와 학습자들의 니즈 파악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한 원장의 철학이다. 또한 원내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통해 교과목을 편성하는 ‘교과편성심의회’를 구성해 부서 간에 정보 공유와 이해도가 증진되도록 하고 있다.
감성과 성찰로 현장교육 바꾼다
강원도인재개발원만의 특화된 프로그램으로는 힐링프로그램과 현장학습 협업과정이 있다. 힐링프로그램은 인문학이나 문화예술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감성소양 분야와 명상 및 여행, 심리상담으로 구성된 심신치유 분야로 나눠진다. 구제역이나 자연 재해 같은 피해가 많은 강원도의 특성상 이런 일을 직간접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강원도공무원들의 심적 고통을 치유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따라서 힐링프로그램을 통해 공무원들은 재충전하고 동기부여를 받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다.
현장학습 협업과정은 올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신규교육과정 분야로 전통시장이나 도시재생, 어촌계 등 관련 시·도 직무자들이 공조하고 함께 배우는 현장학습 과정이다. 먼저 특정 업무 분야를 맡는 도와 시·군 실무담당자들이 전국 최고 선진지를 2박 3일간 집중 탐방한다. 4일차에는 탐방 결과물 중에서 강원도에 필요한 내용들을 액션러닝 기법으로 추려 내고, 그 다음날 분임별 난상토론을 거쳐 가장 좋은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후에는 특강과 성찰토론으로 마무리한다.
이 과정은 서로 수평적인 관계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생으로부터 도출된 아이디어가 도정에 반영될 정도로 그 파급력이 크다.
처음에는 HRD 문외한이나 다름없던 한 원장은 HRD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오래 전부터 교수가 꿈이었는데 이런 형태로나마 교육사업에 몸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 원장은 수시로 직원들과 대화하며 좀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특성상 앞으로 또 어느 곳으로 발령받을 지 알 수 없지만 강원도인재개발원에 있는 동안 한 원장은 자신만의 HRD철학을 이 곳에 깊이 새기겠다는 포부다.
“저는 신뢰와 기다림의 미학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인성과 자질, 직무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평소 직원들을 눈여겨보다가 각자의 능력에 맞는 직무를 주는 것이 제가 원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김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