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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2-30 11: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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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한국을 체감하는 온도는 여전히 미지근하다. 여전히 세계 많은 이들이 한국을 한국전쟁(6·25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나라 정도로 여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한국을 다룰 때 북한과의 문제에 비중을 두고 있다. 덕분에 남한(한국)은 소위 ‘낙동강 오리알’ 처지인 경우가 많다. 인터넷 강국, OECD 가입국, 빠른 경제성장 등 전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의 이미지는 여전히 저평가 받고 있을까? 동아시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 컨스티튜트 소장을 만나 앞으로 한국이 글로벌 시대 속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들어봤다.



페스트라이쉬 소장은 오랜 시간 일본과 중국을 연구해온 국제외교 및 동아시아 문화 전문가다. 처음 그가 한국을 접하게 된 것도 중국문학과 일본문학을 비교연구하다가 막연히 한국을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제대로 공부할 생각은 없었고 중국과 일본을 연구하기 위한 발판 정도로 여겼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었다. 미국의 엘리트 지식인인 그조차 처음에는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의 애매한 존재 정도로 인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명함에 ‘이만열’이라는 명함을 새길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한국을 공부하면서 이 나라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한 페스트라이쉬 소장은 이제 한국문화를 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에 직접 나서고 있다.


한국 이미지를 브랜드화하라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들은 그동안 한국 이미지를 없애고 다국적 기업의 모습으로 세계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래서 세계에 한국 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홍보하는 일에 소홀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 대기업들은 빠른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고 창의성과 독창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부작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세계는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적고, 한국인들도 세계에 한국을 홍보하는 데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공무원들조차 북한전문가는 많아도 남한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페스트라이쉬 소장의 이야기다.

“이케아가 스웨덴 문화의 이미지를 넣어 독창적인 마케팅에 성공한 것처럼 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한국의 SOUL과 문화를 적극 홍보해야 합니다. 지금에서야 한국기업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홍보 전략은 여전히 미숙합니다.”

페스트라이쉬 소장은 전 세계 지식인들이 집중적인 홍보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각국 학자와 분야별 전문가, 언론인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한국을 알리지 않는 한 한국이 경쟁력이 지니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자신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무조건적이고 공격적인 태도가 아니라 시적으로 응축해 표현해오던 한국 ‘선비정신’이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다문화사회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국을 홍보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도 세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페스트라이쉬 소장은 강조했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됩니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는 물론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조차 한국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이제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함께 가야 하는데 한국에 들어오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이제 외국인들이 한국에 이민 오는 일이 당연해지는 시기가 다가올 수 있다는 예측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는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을 한국인들은 여전히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못하고 한국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반성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추수감사절은 19세기만 해도 백인들만 하는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문화가 바뀌면서 이제는 흑인이나 동양인들도 모두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됐습니다. 한국도 외국인들과 함께 명절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열려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한국 전통문화 ‘홍익인간’이 결국 해답

페스트라이쉬 소장은 오랫동안 동양 고전학을 전공해왔던만큼 한국 고전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정약용이나 박지원 등 실학자의 사상에 관심이 많았다. 박지원의 소설과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을 영어로 번역해 미국에 출판할 정도로 애정이 높다. 그런 그가 가장 강조하는 한국의 전통문화는 ‘홍익인간’이념이다. 인간다운 기업을 만들고, 앞으로 다가올 다문화사회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그는 이 홍익인간을 한국의 브랜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CSR, CSV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직원을 평등하게 대하고 확실한 업무의 위임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한국에는 이미 홍익인간이라는 문화가 있고, 지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기업문화 속에도 이미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홍익인간은 분명 전세계인들에게 매력적인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한국, 동북아 핵심이 돼야
페스트라이쉬 소장은 프랜시스 후쿠야마, 노암 촘스키, 벤자민 바버 등 세계 각 분야의 석학들과 한국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토대로 <세계석학들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을 썼다. 무상급식부터 안철수 현상, 나꼼수(나는 꼼수다), 한국교육 등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 그는 한국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문제점을 알려주고 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 인스티튜트에서는 아시아의 환경문제, 국제외교, 과학기술 등을 인문학과 결합해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연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발표를하거나 노암 촘스키 같은 석학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활동을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반의 발전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길기대한다.
“한국의 행정이나 과학기술, 복지, 문화 등은 앞으로 많은 국가들에게 기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여전히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지닌 일본과, 조직력은 강하지만 수준이 높지 않은 중국사이에서 한국은 균형적인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만의 문화, 한국만의 경영학을 만들어 세계에 알릴 필요성이 큽니다.”

이를 위해 그는 한중일 지식인들의 교류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희망이 되는 논쟁이 아니라 소모적이고 수동적인 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 인스티튜트도 공동연구를 계획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했다.

“여전히 한중일은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행사에서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고 있는 정도입니다. 이는 한국에 절대유리하지 못합니다. 일본의 망언에 끌려 다니지 말고 한국 지식인들이 선도적으로 희망적인 제안을 해야 일본에 앞서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 김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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