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 HR도 이제 도덕성 지수 고민할 때

HRD에도 인성교육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성교육은 학생이나 미성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성인교육에 있어서의 인성교육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이는 그동안 도덕성이나 인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나 진단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신의학과 융 심리학으로 인간의 심리와 인성을 연구해온 이나미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은 작년 <다음 인간>이라는 책을 통해 이런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었다. 이나미 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인성교육의 전망과 숙제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인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 회사에 있으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면역체계가 떨어지니 건강이 나빠집니다. 결국 업무집중도나 행복도, 만족감이 떨어지니 구성원이 불행해지고 공동체도 지속되기 어렵지요.” 이 원장은 이를 위해 인성, 특히 도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풍백화점이나 세월호 같은 문제들은 우리나라 사회가 얼마나 도덕성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 북유럽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자원이 많고 강대국이여도 도덕성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부국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 성인교육에서 도덕성 교육에 접근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자연과 사랑, 인문학이 도덕성 회복의 열쇠
먼저, 자연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인식하는 일이다. 도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자연을 접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돼 성공이나 돈이라는 물질적인 부분만 바라본다. 자연으로 다시 가게 되면 도시 생활이나 자기자신을 다시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삶을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얼마나 유한하고 작은 존재인지를 알고 겸손해질 수 있게 됩니다. 자연과 자주 접하고 환경이나 역사도 생각하다가 보면 저절로 조화로운 삶에 대한 인식이 눈뜨게 됩니다. 결국 도덕과 인성은 조화로운 삶입니다. 나와 주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이 원장은 “도덕은 억지로 나오면 도덕이 아니고 강제가 되고 법이 된다”며 “도덕은 저절로 우러나와야 하며, 그 베이스는 사랑이고 관심”이라고 말했다. 내가 남을 배려하고 공감할 때 도덕이 나온다. 그것을 회복하면서 이웃과 관계되는 삶이 있어야 한다. 그는 상담을 하면서 보면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은 인생의 만족도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셋째, 가족과 친지에 대한 사랑이다. 이 원장은 이 부분이 도덕성의 큰 베이스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친지나 친구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그것이 다 깨져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원장은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사랑을 회복해야 하며,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마음에 맺힌 것들을 풀면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 예방된다고 말했다.
넷째, 일터에서의 소외감을 막아야 한다. 일터에서 분노나 갈등으로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늘고 있다. 일터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심보다 공동체 정신이다. 이 원장은 공동체 정신이 결국 업무 성과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섯째, 종교성이다. 종교를 지닌 사람들은 부처님이나 하나님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수행하기 때문에 그런 성인의 마음에 저절로 녹아들게 된다. 반면 종교가 없는 사람은 인문학적 소양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왜 사는지, 왜 도덕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것도 배움이 필요하다. 이원장은 스스로 이에 대한 의문을 갖고 배우는 기회를 자주 가지라고 주문했다.

도덕성 지수 개발 시급하다
도덕성 교육도 중요하지만 결국 도덕성을 제대로 갖춘 인재를 알아보는 게 실은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 인적성검사나 다양한 심리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이 원장은 이들이 아직 대단히 미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자기계발교육을 위한 모델들도 20세기에 만들어진 모델들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21세기 한국 사회에 많이 괴리되고 있으며,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있습니다. 이제 교육을 하는 사람들도 디지털이나 과학 기술자들과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한국에 대한 역사와 철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 원장은 도덕지수를 진단하는 툴을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 한국은 그에 대해 어필된 점들이 적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일부 임상심리학쪽에서 도덕성지수발달척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용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도덕성에 대한 개념이 낮습니다. 도덕성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이것이 제대로 돼있지 않으면 그 사람의 도덕성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며,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해법
그렇다면 지금 당장 대안이 될 만한 방법은 없을까. 이나미 원장은 결국 대화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나미 원장은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에서 상담과 연구, 강의 등을 통해 오랜 시간 인간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녀가 집중하는 인간의 심리는 상처와 분노다.
“사람들은 그동안 좋은 대학과 기업, 높은 지위만 걱정했습니다. 성취는 큰데 비해 도덕이나 정서적인 발달 정도가 유
아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사람이나 가족과 자주 부딪히고, 직장에서 적응하기 힘들어 합니다. 도덕성은 지능이나 재능과 다르게 가기 때문에 이것도
신경쓰지 않으면 사람은 쉽게 잔혹하거나 이기적이 됩니다.” 이를 푸는 방법은 결국 자신이 상처받고 분노로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라는 태도로 나오는 사람들과 상담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융은 인간의 무의식을 포함해서 전체 정신을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융분석가들은 사회적인 문제나 부부문제 등 개별적인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지향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일반화해서 사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케이스별로 상담하고 처방을 합니다.”
그래서 대단위의 강의식 교육이나 워크숍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팔로업하고 면대면, 혹은 개별적인 관리가 가능한 도덕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공동체와 감시체제 등장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우리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다 줬지만 무감동과 타성, 소시오패스적인 성격의 인간이 늘면서 우리사회는 새로운 숙제를 맞고 있다. 이나미 원장은 이같은 모습들이 이대로 계속될 경우, 인간은 많은 문제점에 봉착할 것이라 내다봤다.
“기기가 발전하는 반면 인간의 지능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면대면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 때문에 집단 히스테리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스마트폰을 하는 아이들은 팀워크나 공감능력을 낯설게 여기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삶을 추구하다보니 관계가 편향되고 왜곡되거나 일부분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 원장은 앞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오프라인 만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다음카페나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는 기존처럼 가족 중심 공동체가 아니라 가치관이나 팀, 인간 세계관 위주의 동호인 마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활동들이 새로운 공동체 탄생이 지금의 우울한 전망의 설루션일것이다.
또 반가운 것이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전에는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산 하나가 없어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서로 감시하면서 자기 주변의 환경의 변화에 관심을 크게 가진다.
“전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서로를 감시하는 문화도 오늘날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권위적인 분위기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며, 영원한 갑이나 을의 관계는 점차 축소될 것 입니다. 사랑과 자연에 대한 관심만 회복한다면 인류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 김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