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조직 안에서의 인간의 행동과 리더십을 연구하는 경영학자로서 한국인에 대해 3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첫째는 ‘한국인은 똑똑한가?’이다. 수시로 바뀌기는 하지만 국가 평균 지능지수(IQ)가 약 106 정도로 보고가 되고 있고, 이는 싱가포르, 타이완, 일본 등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수준에 해당한다. 둘째는 ‘한국인은 성실한가?’이다. 누구도 한국인이 게으르다고 주장할 수 없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017년 기준 2,024시간으로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계 3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셋째는 ‘한국인은 창의적인가?’이다. 부가가치를 내는 기업활동의 영역에 관해 판단해 볼 때, 지금껏 필자가 수많은 한국기업 내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수행과정을 관찰한 결과, 감히 세 번째 질문에 그렇다는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여기서 한국 기업의 단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는 충분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우선,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고 그 개선방법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순서로 가치를 창조하는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기업이 하나의 제품을 개발, 생산, 판매하고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단계별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연결한 것을 가치곡선이라고 한다. 2000년 이전에 이 가치곡선의 형태는 생산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볼록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량생산 시대의 기업 가치 창출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당시 기업의 인재상은 성실, 근면, 애사심이 충만한 인재였다.
그런데 2000년 이후로 가치곡선의 형태는 급변했다. 제조 및 생산 단계에서는 부가가치가 현격히 줄고, 연구개발과 서비스 단계에서 부가가치는 급상승했다. 이 형태를 곡선으로 이어보면 사람이 웃을 때의 입 모양처럼 U자 형태의 커브가 그려지기 때문에 스마일 커브라고 불리고 이제는 가치곡선의 별명이 되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연구개발과 서비스 단계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와 그들의 활동으로부터 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점이 한국인과 한국기업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지 못하는 부분이다.
연구개발과 서비스를 통해 세상에 없던 시장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을 가치 창조 기업, 생산과정에서 원가절감을 중시하고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 노력하는 기업을 가치 획득 기업으로 구분한다. 스마일 커브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가치 창출의 형태가 큰 변화를 겪은 후 가치 획득 기업의 경쟁력은 쇠퇴할 수밖에 없고, 가치 창조 기업이 경쟁력을 통해 생존할 수 있다. 실제로 가치 창조 기업은 성실한 인재보다는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은 똑똑하고 성실하지만 정작 창의적이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필자는 창의성은 개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창의성은 사회현상의 결과물이다. 또한 기업에 필요한 혁신과 창의성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의 충돌을 통해 생성되는 결과물이다. 따라서 한국인이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는 똑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생각의 충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필자가 경험한 군 생활과 기업에서의 조직 생활을 예로 들면 개인이 ‘내 생각은 다르다’라고 의견을 표현하면 그 즉시 조직의 발전에 저해가 되는 걸림돌로 여겨졌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리더십과 경영원칙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은 창의성이 가치를 창출하는 스마일 커브의 시대다. 필자가 국내 여러 유수의 기업을 연구하고 자문하면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아직도 다수의 기업은 가치 획득 기업의 경영원칙과 리더십을 고수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대기업의 CEO가 필자에게 자문했다. 자신의 조직이 심각한 소통문제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며 자신이 부사장과 소통을 하면 80%만 의사전달이 되고, 부사장이 전무에게 의사전달을 하면 또다시 80%만 전달이 되는 과정이 반복되며 과장이나 대리급에서는 CEO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통 모른다는 불만이었다. 필자는 “사장님은 직급순으로 조직구성원들이 똑똑하다고 믿고 있나요?”라고 반문하며 사장의 생각이 부사장에게 80%만 전달될 때 나머지 20%는 분명 부사장의 생각으로 채워지게 될 텐데, 왜 이것에 대한 가치는 전혀 무시하느냐고 덧붙였다.
가치 창조의 리더십은 조직 안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견해와 해석에 대해 인정하고, 이로부터 창출되는 새로운 생각의 가치를 자산으로 만드는 소통을 하는 데 핵심이 있다. 다시 말해 가치 창조의 리더십은 도달하기 힘든 먼 곳에 있는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하루하루 조직 생활을 하면서 실천해 갈 수 있는 일상의 습관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습관이 한국기업의 조직문화로 자리 잡아 많은 한국기업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춘 가치 창조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김태규 교수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카네기멜론대학교 행정대학 겸임교수 및 델라웨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조직행동론을 중심으로 조직 변화, 조직 시민행동, 의사결정, 심리적 계약, 리더십, 인종차별, 조직몰입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