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래 전 국내기업의 뉴욕지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유대인들과 거래를 했는데 그들은 꼬치꼬치 따지고, 차가운 인상에 검은 옷과 수염까지 길러서 별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3년에 이스라엘 영재교육의 책임자이고 그곳 교육계의 거장인 헤츠키 아리엘리 글로벌 엑설런스 회장을 만나 가까운 친구가 되면서부터 유대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그에게서 하브루타도 정식으로 배웠다. 처음에는 하브루타를 단순히 둘이서 토론을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와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하브루타는 단순한 토론이 절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기업교육을 전문으로 해온 필자는 이 방식이 인재개발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몇 번 경험을 하고서는 전율을 느낄 만큼 감탄을 했다. 이후 하브루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전문가들과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하브루타가 우리나라의 교육을 혁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유대인의 성공요인이 그들의 유연한 생각능력, 학습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후츠파 정신’으로 알려진 적극적인 도전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이러한 도전정신과 생각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그들의 학습법인 하브루타이다. 하브루타는 유대인에게는 학습법이면서 또한 그들 생활과 문화의 일부라고 한다. 하브루타의 의미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로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친한 친구나 직장 동료, 부모, 상사나 부하와 둘이서 탈무드 내용이나 서로 정한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따져가며 대화와 논쟁을 즐기며 학습하는 유대인의 독특한 학습방법’.
하브루타의 근원은 유대인들의 교육열과 맥이 닿아 있다. 헤츠키 아리엘리 회장에 따르면 유대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학습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이다. 평생 동안 계속 학습을 해야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학습은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래서 ‘문화적인 관습’이며, ‘유대민족의 커다란 자산’이다. 학습 습관을 ‘민족의 자산’으로 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하브루타는 유대인들이 탈무드를 학습하기 위해 개발된 학습법이다. 탈무드는 우리나라에도 가정마다 이야기책의 형식으로 한두 권쯤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실제로는 유대인들에게 구전으로 내려오던 율법과 지혜들을 모아 서기 500년경에 랍비 2,000여 명이 모여 10년간 기록으로 집대성한 것이며, 이후 랍비 들이 주석을 달아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 분량이 상당해서 총 20권, 4,894장에 1만 2천 쪽에 달한다. 영어 대역본은 73권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는 유대인의 율법, 정치, 경제, 의학, 행복, 유머, 사랑, 평화, 죽음, 지혜 등 삶의 모든 영역에 걸친 내용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렇게 방대한 탈무드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많은 학교와 교사 등이 필요했지만 유대인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생활을 하였으므로 학교를 설립하거나 교사를 채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탈무드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둘이서 같이 탐구하고 배우도록 한 것이다.
▲ 학습방법에 따른 학습효과(출처: Learning Pyramid by National Training Lab)하브루타를 통해 유대인들은 생각방법, 학습방법, 도전정신을 함양하고 나아가 소통능력과 협업능력을 배양할 수 있었다. 나아가 하브루타는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미래 인재의 필수 역량인 4C, 즉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 ‘Creativity, 창의력’, ‘Communication, 소통능력’, ‘Collaboration, 협업능력’은 물론이고, 아울러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Complex Problem Solving, 복합적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는 학습법이다. 그야말로 하브루타는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양성과 조직개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이제 미래의 경쟁력은 개인과 조직의 ‘신속한 학습능력’이다. 미래의 변화는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개인과 조직이 필요로 하는 교육도 다양해져서 교육부서가 조직이 원하는 모든 교육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개인과 조직이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하브루타는 이렇게 필요한 학습능력을 배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브루타를 활용하면 활발한 질문과 토론을 통해 뇌를 자극시켜서 생각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준다. 주제에 관한 다양한 견해나 관점도 갖게 해주며, 경청과 토의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도 향상된다. 또한 둘이서 함께 결론을 만들도록 하므로 협업능력과 창의력도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 스스로 주제에 관해 준비도 하므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고, 큰소리로 떠들며 토론을 하기 때문에 자신감도 키우고 즐겁게 참여하게 된다.
게다가 하브루타를 통해 평생지기 친구도 만들 수 있다. 구글을 함께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두 사람은 하브루타를 같이 하던 친구였다. 하브루타를 하면서 창업 아이디어도 내고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경영도 하는 평생지기가 된 것이다.
아울러 학습과 기억력의 상관성도 하브루타의 실효성을 증명한다. 학습을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강의를 듣기만 하면 겨우 5% 정도만 기억을 하고, 읽으면 10% 정도, 동영상을 보면 20% 정도, 실제로 시연하는 것을 보면 30% 정도 기억을 한다. 이런 방식들은 수동적인 학습방식으로 그간 우리나라 학교와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곤 했다. 이에 비해 집단 토의는 50%, 실습은 70%,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 90% 정도를 우리가 기억한다고 한다. 남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는 것이다.
하브루타는 기본적으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법이다. 그래서 하브루타를 적용하면 학습효과가 매우 높아진다.
윤경로 원장
하브루타 전문가로 미래형 인재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원장과 한양대학교 특임교수이다.
글로벌 기업인 듀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재개발, 교육, 인사담당 임원을 22년간 역임했다.
액션러닝을 한국에 소개하며 초대 액션러닝협회 회장,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회장 및 산업교육학회 공동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