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기술의 발달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의 삶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무엇보다 타인과의 경쟁을 통한 생존에 현대인들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아울러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AI의 등장으로 노동의 시간과 강도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람의 시선은 점점 삶의 질로 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더 나은 삶을 위한 ‘행복’,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회복탄력성’, 워라밸로 표현되는 ‘일과 삶의 균형’이 조명받고 있다. 이는 모두 한 번뿐인 인생을 행복하기 살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은 무엇이며,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지닐 수 있고, 일과 삶의 균형점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그 관점에서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이끌며 행복을 연구해 온 최인철 교수는 다각도로 해답을 풀어냈다. 그는 10년에 가까운 연구기간 만큼이나 축적된 지식, 경험, 관점을 바탕으로 삶의 본질과도 직결되는 물음에 심도 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행복의 정의에 대한 질문과 고민
행복을 통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이상향과도 같다. 2018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삶의 질 제고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세간에 행복 심리학자로 알려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행복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우선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강의를 예로 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케인스는 1928년에 영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합니다. 제목은 바로 ‘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경제가 지금처럼 발전한다면 100년 후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죠. 그러면서 케인스는 두 가지 예측을 합니다. 하나는 약 4배에서 8배까지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근로시간이 주당 15시간, 즉 하루에 3시간이면 충분한 세상이 온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케인스는 일하는 시간이 줄고, 소득이 증가하면 ‘굿 라이프’, 즉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죠.
물론 케인스의 예측은 틀렸지만 우리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왜 일을 하는가?’와 ‘무엇 때문에 일하는가?’라는 의문입니다. 이러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며 비로소 사람은 그동안 일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행복은 물론 사회적 화두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최인철 교수의 말처럼 현대인들은 개인 소득이 증가하고 첨단기술을 통해 편리한 삶을 살게 되면서 행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부유하고 편리한 삶만이 행복을 뜻하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이에 대해 최인철 교수는 학계에서 말하는 행복의 정의를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행복에 대한 정의가 하나만 있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행복에 대해 가장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 의미는 ‘good mental state’입니다. 이것은 OECD의 웰빙에 대한 정의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죠. 우리의 마음 상태가 좋을 때 이걸 소위 얘기하는 행복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 상태가 좋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에 대해 세 가지로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만족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내 삶에 이 정도면 만족한다’라고 느끼는 거죠. 두 번째는 고통스럽고 괴롭기보단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본인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와 목적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마음 상태는 좋을 수밖에 없겠죠.
이렇게 행복에 대해 정의를 해보면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존재하며, 안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고민을 통해 일도 줄여나가고, 전통적인 사회의 규정을 넘어 스스로 기분이 좋고 만족스러운 자신만의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인철 교수의 행복에 대한 설명이 심도 깊다. 그가 말하는 행복은 곧 사고의 관점에 변화를 주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회복탄력성과도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늘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역경과 시련과 실패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철 교수는 행복에 이어 회복탄력성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묻는 말에 충분한 관계가 존재하지만 우선 회복탄력성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먼저라고 답한다.
“보통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면 도저히 행복하기 어렵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 행복감의 저하를 덜 경험하고 심지어는 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마디로 회복탄력성을 신비한 힘으로 해석하는 거죠. 하지만 회복탄력성은 이러한 내적인 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외적인 힘도 크게 작용하는 것이 회복탄력성입니다.”
최인철 교수는 좋은 친구나 좋은 가족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에 비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크다고 말한다. 물론 몸의 건강도 중요하다. 실제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이고 시련을 웃으며 이겨내는 힘이 강하다. 또한 최 교수는 회복탄력성은 자신의 일상을 잘 살아가는 삶의 습관이며 이러한 습관이 잘 잡혀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회복탄력성은 일상의 기적입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잘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회복탄력성이라고 생각해볼 때 회복탄력성은 결코 신비로운 힘이 아니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종교를 갖는 것, 몸을 잘 관리하는 것 등이 모두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
최인철 교수는 이러한 자신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회복탄력성을 신비로운 힘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언급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감전사로 두 팔을 잃은 후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과 운전하던 차가 전복되어 목 아래 부위가 마비된 서울대학교의 이상묵 교수를 생각해보면 과연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도 같은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최인철 교수는 이에 대해 동의하며 두 가지 훈련법과 한 가지 중요한 외적 요인을 언급한다. 두 가지의 훈련법은 바로 상위개념의 프레임을 갖는 것과 완벽한 기준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상위개념의 프레임이란 ‘how?’가 아닌 ‘why?’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왜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는 것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또한 완벽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동료들 간의 의견 충돌과 갈등 및 좌절을 겪을지라도 모든 문제가 충분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 가지 외적 요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최인철 교수는 이 사람들이 엄청난 회복탄력성과 연결된다고 강조한다. 내가 넘어졌을 때 나를 돌아봐 주고 일으켜주는 사람의 존재는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개인적으로 명상이나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특히 크다고 제언한다.
▲ ‘행복 심리학자’로 불리는 최인철 교수는 행복이 사회적 화두가 됨에 따라 많은 인터뷰와 강연을 소화하고 있다.진정한 의미의 일과 삶의 균형
최인철 교수가 풀어서 설명해주는 행복과 회복탄력성이 큰 울림을 준다. 그의 제언은 특히 행복과 회복탄력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현대 사회의 직장인들이 참고할 만하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일과 삶의 균형이 잡힌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의 HRD담당자들은 주의 깊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최인철 교수는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인철 교수는 먼저 일과 삶을 완전히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일과 삶을 나누어 생각하면 일은 삶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줍니다. 자신의 삶은 회사 밖에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사람의 삶에서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일은 삶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터에서 습득한 지식이나 접하게 된 세계관과 관점은 집에서 아이들과 대화하거나 아이들을 키울 때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회사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구조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집에 가서 아이들을 엄청나게 통제합니다. 업무 방식이 육아에 큰 영향을 주는 거죠. 그래서 일과 삶은 조화와 균형의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서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최인철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일과 삶의 균형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만큼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서 일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라고 제언한다. 그는 일터에서 시간을 적게 보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이 일에서 구현되는 것이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이것이야말로 직장인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역설한다.
최인철 교수가 설명하는 워라밸이 흥미롭다. 실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업무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직원이 발생하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일과 삶의 균형을 올바로 이해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인철 교수는 이에 대해 HRD담당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행복이나 회복탄력성에 대해 짚어준 것과 마찬가지로 질문을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
“HRD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개인들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통찰해서 삶의 요소들이 일터에서 구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자칫 이 회사는 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역량 중심으로 직원들을 관리 및 육성하고, 조기 퇴근을 시켜주면서 삶도 배려해준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현재 기업환경의 일과 삶의 균형에는 개선점이 매우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을 자주 던져보며 직원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HRD가 되길 바랍니다.”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주요 경력 사항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듀오 휴먼라이프연구소 연구책임 교수
서울대학교 심리과학 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학 심리학 교수
주요 학력 사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사회심리학 박사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사회심리학 석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학사
주요 저서
『굿 라이프』
『프레임』
『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