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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교수] 당연과 물론: 당연한 세계에 물음표를 던져야 혁신이 창조된다 - 당연함에 마침표를 찍고 원래 그렇다고 시인하고 있습니까, - 당연함에 시비를 거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까?
  • 기사등록 2020-03-27 17:42:52
  • 수정 2025-12-31 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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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함께 연주되는 소음도 음악이다

MBC에 방영되었던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남자 주인공 강마에는 <베토벤 바이러스> 16회 방송 때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지휘를 한다. 자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시장의 취임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게 된 강마에는 공연에 ‘4분 33초’라는 특이한 곡을 연주한다. ‘4분 33초’라는 악보에는 1악장 침묵, 2악장 침묵, 3악장 침묵이라고 써 있을 뿐, 그 어떤 음표도 없는 이상한 악보였다. 1악장을 33초, 2악장을 2분 40초, 3악장을 1분 20초 총 연주시간 4분 33초 동안 그 어떤 악기도 연주하지 않고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침묵을 들어보라는 ‘무음의 음악’이다. 강마에는 4분 33초라는 악보를 펼쳐들고 지휘를 시작한다. 하지만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고 지휘봉을 들고 한참을 서 있다가 1악장이 끝났다고 하면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문을 연다.


“이 곡은 우연성의 음악이론에 기초한 현대음악입니다. 4분 33초 동안에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들이 나에게 어떤 음악으로 다가오는가, 느껴보자는 거죠. (관객들 향해) 여러분도 마찬가집니다. 기침? 그냥 하세요. 종이가 떨어지면 줍고 핸드폰이 울리면 받으세요. 음악은 여러분 주변에 있습니다. 즐기세요!”


사실 강마에가 패러디한 연주의 음악적 기원은 1952년 8월 29일, 미국 뉴욕의 우드스톡(Woodstock) 야외 공연장에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David Tudor)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모방한 것이다. 튜더가 초연한 작품은 존 케이지의 〈4분 33초〉. 피아노에 앉아 뚜껑을 연 튜더는 작품의 연주를 시작할 것으로 생각했던 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저 시계만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기대를 저버리고 뚜껑을 닫고 일어나서 인사만 하고 들어갔다. 청중들은 평소처럼 기대했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소리 대신 침묵과 함께 들려오는 공연장 주변을 스쳐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자신들이 무의식중에 내뱉은 헛기침소리, 그리고 기대했던 음악 연주가 시작되지 않자 술렁이는 소리와 걱정스러움, 그리고 거부감이나 황당함과 허탈한 한숨 등 음악적 소리 대신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을 들었다. 사실 존 케이지가 노린 의도는 겉으로 드러나는 소리(聲)보다 소리 뒤에 울려 퍼지는 여운(餘韻)이었다. 겉으로 들리는 소리, ‘성(聲)’에 익숙한 청중은 그날 소리가 끝난 뒤에 울려 퍼지는 ‘운(韻)’이나 그동안 무의식중에 흘려들었던 일상의 소리를 음악으로 처음 들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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