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상섭 동덕여대 교수는 속도, 내용, 소명, 책임을 엮어 HRD 커리어를 밟아왔다. ‘2030! 10! 10! + 200’. 2030년까지 HRD 분야 상위 10%의 10%를 동덕여자대학교가 채우고, 정년을 맞이하는 2040년까지 HRD 박사 200명을 배출하겠다는 리상섭 동덕여자대학교 교육컨설팅학과 교수의 비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리상섭 교수는 공공과 민간을 넘나들며 강점과 배경, 다양성과 독특성, 필요성과 본질을 골자로 많은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빨랐지만 알찼고 사명감과 통찰력이 조화를 이룬 그의 ‘커리어패스(Career Path)’엔 HRD 생태계의 건강성 향상 측면에서 인사이트가 가득했다.
리상섭 교수에게 HRD는 전혀 낯설지 않은, 자연스럽게 접한 학문이었다. 교육학 전공자였고 성인학습에도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과 성향은 유학생활로 이어졌고 그는 석사 때는 이론, 박사 때는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에 맞춰 리상섭 교수는 성인학습의 3대 이론인 전환학습, 자기주도학습, 경험학습 중 전환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써냈다.
전환학습은 메지로우(Mezirow, J.)가 주창한 개념으로 개인의 기본적인 가치와 가정들이 학습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채용해서 교육하며 그 회사에 맞는 인재로 키우는 기업들을 떠올리면 된다. 리상섭 교수는 “누구든 인생을 살다가 취업, 결혼, 이직, 해고 등으로 인해 삶의 무대가 달라지고, 강연을 듣거나 독서를 하며 다른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만큼 전환학습은 성인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석사를 마친 뒤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는 당시 글로벌 진출에 여념이 없던 한국기업들의 움직임과 맞물리며 찾아온 귀중한 기회를 살렸다. 그는 “LG전자에서 박사과정 1년차 때는 인사팀, 2년차 때는 평택에 위치한 러닝센터에서 인턴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그가 LG전자에서 처음 수행한 과제는 주재원 육성 체계를 그려보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회사의 허락을 받아 ‘해외주재원 파견 전 요구분석’을 주제로 잡고 약 1,20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박사 논문을 써냈다.
속도, 방향, 방법 측면에서 충실한 시간을 보낸 리상섭 교수는 2004년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동시에 LG전자에 과장으로 입사하며 HRD담당자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6년 동안 HRD Field를 맛봤다. 책상을 나르고, 다과를 차려놓고, 교육장을 정리하는 것부터 교육과정을 기획, 설계, 운영, 평가하고, 전략보고서를 쓰고, 해외에 러닝센터를 구축하고, 팀장/임원교육과 임원코칭 및 액션러닝을 실행하는 등의 업무가 그것이다. 현업 출신이 아닌 만큼 주로 리더십 트랙에 머문 관계로 직무에 특화된 영역을 다루진 않았지만, 필요하면 200명-300명의 신입사원을 직접 교육하기도 했다. 이상과 같이 응용학문인 HRD에서 현장경험이라는 강점을 갖게 된 리상섭 교수는 차장 2년차였던 2009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무대는 동덕여자대학교, 배경은 찾아온 기회, 후학양성, 연구 범위 확장과 지속성 유지 등이었다.
기회라고 해서 모두가 밝고 찬란한 것만은 아니다. 리상섭 교수도 다르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오래 강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직업을 얻었다는 것은 분명 호재였지만 당시 동덕여자대학교에는 HRD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여건 속에서도 리상섭 교수는 ‘이곳에서 HRD 학자로서 뭔가를 만들어보자’라고 결심했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면서 일반대학원과 교육대학원에 교육컨설팅학과를 만들었다. 교육컨설팅은 교육을 컨설팅 관점에서 보자는 뜻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리상섭 교수를 포함한 4명의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HRD, 평생교육, 상담심리, 교육공학, 교육학, 교육행정 등의 렌즈로 교육을 바라볼 수 있다. 학위는 교육컨설팅 명칭으로 수여받지만 세부 갈래는 고유하다. 이런 시스템은 HRD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리상섭 교수의 진단, 그리고 소신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HRD는 양과 질 모두에서 성장했습니다. 연수원, 플랫폼, 콘텐츠, 각종 교보재 등을 보면 분명하죠. 석·박사들도 많아졌어요.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존재합니다. 그것은 ‘특화’입니다. 예전에는 회사마다 교육에 대한 독특성과 차별성이 있었습니다. 코칭, 리더십, 글로벌 HRD, 교육설계, 교육운영 등을 예로 들면 특정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는 회사를 꼽을 수있었습니다. HRD 담당자들은 그 회사에 방문해서 인사이트를 얻었고 답례로 자사의 Practice를 공유하며 교류했죠. 지금의 한국HRD는 좋게 말하면 상향평준화, 나쁘게 표현하면 하향평준화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회사가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똑같은 회사도 없어요. 다양성의 감소는 모두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 리상섭 교수가 자신의 비전을 표현한 문구 ‘2030! 10! 10!’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계속해서 리상섭 교수는 ‘HRD 대학원의 역할’에 관해 메시지를 건넸다. 핵심은 필요성과 본질이다. 먼저 필요성은 기업에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다수가 석·박사라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물론 학위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갈수록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그러나 엄연히 관심, 노력, 성장, 성과 등을 증명하는 데이터 중 하나다. 리상섭 교수는 “치열하게 공부해서 학위를 취득했고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며 역량을 축적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사람을 석·박사에 준하는 학위가 없는 HRD담당자들이 교육하긴 어렵습니다.”라고 진단했다. 많이 알아야 노하우를 더해서 코칭하고, 교육하고, 멘토링하고, 과제/일을 부여하며 다른 사람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리상섭 교수는 “HRD는 문과인 만큼 여전히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가방끈 이슈’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라며 냉정한 현실도 짚어줬다.
아울러 리상섭 교수는 HRD담당자들의 일터에 접목되고 활용되고 있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데이터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시선도 공유했다. 하나의 단어로 압축하면 ‘휴먼 터치’다. 챗GPT와 같은 테크놀로지는 인재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부차적인 도구이며, HR 애널리틱스와 같이 새로워 보이는 개념도 근원은 통계다. 즉 육성을 통해 뛰어난 인재들이 오래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내는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면 결국 HRD담당자 본인의 실력과 품성으로 구성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그는 “데이터와 테크놀로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라고 제언했고 “테크놀로지가 HRD담당자나 회사 구성원의 역량을 직접 키워주지는 않아요.”라는 뼈있는 말도 더했다.
이상과 같이 강점과 배경, 다양성과 독특성, 필요성과 본질을 골자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리상섭 교수는 조금씩 자신의 비전인 ‘2030! 10! 10! + 200’에 다가서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HRD 분야 상위 10%의 10%를 동덕여자대학교가 채우고, 정년을 맞는 2040년까지 HRD 박사 200명을 배출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며 소수이긴 하지만 다양한 직장인들이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최근에는 남자 박사 1호도 배출했다. HRD 후발주자였던 동덕여자대학교에선 유의미한 성과이며 다양성을 구현한 사례다. 그런 만큼 리상섭 교수가 다가올 미래에 자신의 비전을 달성하며 한국HRD 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여주길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