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대학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와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에서 각각 경제학 학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고용정보원, 최저임금위원회,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기대 HRD대학원 등에서 전문위원과 리더로 활동하며 노동시장, HRD, 노사관계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대학원 명예교수는 노동시장, HRD,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직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았고, 흐름과 본질을 정확하게 읽은 가운데 ‘큰 그림’을 그리는 데서 탁월성을 발휘해왔다. 고용보험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설계와 도입 및 확산, 한기대 HRD대학원 시스템 고도화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가 능력중심 사회로의 가속과 한국 HRD 생태계 건강성 향상에 귀중한 이정표로 작동한 만큼 어 교수와의 대담은 인사이트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엄준하 발행인:
노동시장 전문가가 HRD와 인연을 맺은 배경이 궁금하다.
어수봉 교수:
원래 전공이 노동시장이었고, 유학을 다녀온 뒤에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노동부에서 인력개발 변화와 혁신을 위한 기초연구 의뢰를 받았다. 처음 접한 분야인 만큼 현장에 자주 나가 많은 직업훈련시설의 현황을 봤고, 시장성과 연구 측면에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을 진단해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HRD를 향한 애정과 관심이 커졌고 인생의 페이지도 다채로워졌다.
엄준하 발행인:
한국 HRD의 역사를 자전적으로 회고하셨다고 들었다.
어수봉 교수:
굵직하게는 산업화 이전 시기, 노동집약적 산업 시기(1961-1975), 중화학공업 시기(1976-1997), 기술주도 시기(1998-2017)로 구분할 수 있다. 산업화 이전에는 농지개혁과 의무교육을 통해 전 국민이 빠르게 문맹에서 벗어나 직업기초능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이는 경공업과 수출 중심 노동집약적 산업 시기에서 양질의 노동력 대량 공급 및 우수한 기술인력 양성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교육은 정부 주도로 공업계 고등학교가 담당했고, 성과는 수많은 기능올림픽 메달 수상이 대표적이다. 중화학공업 시기는 ‘한강의 기적’으로 익숙하실 텐데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건설에서 정부 주도의 투자 아래 기술 개발과 산업 수요에 부응한 HRD가 성공적으로 구현됐다. 고용보험과 국가기술자격 도입,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설립, 직업훈련기관 발전 등이 맞물린 시기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기술주도 시기에는 외환위기, 개발도상국들의 성장, 최첨단 테크놀로지 발전 등으로 인해 직업능력개발의 대전환이 요구됐다. 이 시기에 우리는 전방위적 기술교육 혁신을 해내며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HRD 측면에선 직업훈련 콘소시움 사업, 일학습병행 사업,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을 주목해야 한다.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력 격차 해소, 직업교육훈련의 현장성과 효과성 제고, 역량개발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핵심이다.
▲ 어수봉 교수가 한국 HRD의 지난 궤적을 회고하며 중요한 지점들을 짚어주고 있다.엄준하 발행인:
한국 HRD의 현재와 미래도 진단해달라.
어수봉 교수:
우선 글로벌 차원에선 신기술에 힘입은 산업변화, 기후위기로 인한 저탄소 산업전략, 국내적으로는 인구절벽과 각계에서 발생하는 격차로 인한 이중구조를 봐야 한다. 이는 직무역량 향상을 위한 훈련, 산업 현장의 직무 전환, 개인을 넘은 국가 차원에서의 인적자원개발 전략 수립이 왜 필요한지 일깨워준다. 각각의 아젠다에선 대중소기업 콘소시움 형태의 직업훈련과 개인별 프로젝트 학습 및 이를 지원하는 AI Teacher 개발, 산업별 직업훈련 콘소시움 및 산업별 인적자원위원회 강화, 중소기업 근로자 및 실업이나 잠재적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층을 위한 숙련기술 습득기회와 유인 확대가 과제다.
엄준하 발행인:
큰 과제에 맞춰선 어떤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가.
어수봉 교수:
다섯 가지를 꼽겠다. 각각 Data and AI Literacy, Learning Skills, Adaptive Skills, Fusion of Skills, Network Skills다.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데이터와 AI에 대한 소양을 갖춰야 하며, 필요한 것들을 주도적으로 학습할 줄 알아야 하고, 변화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며, 다양한 역량을 융합할 줄 알아야 하고, 일과 삶 전반에서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줄 알아야 한다.
엄준하 발행인:
삶의 여정에서 의미가 남달랐을 지점도 궁금하다.
어수봉 교수:
4개의 지점을 말씀드리겠다. 첫째,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입증
받은 우리나라만의 고용보험제도 설계와 도입이다. 둘째, NCS 도입, 개발, 확산에의 공헌이다. 셋째,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해관계자 모두를 챙긴 리더십이다. 넷째,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시절 자격검정 디지털화, 내부 운영 디지털화, 데이터 디지털화, 석박사과정 신설, 강릉 HRDK 미래교육원 착공 등을 통한 공단 내부 역량개발 품질 고도화다. 모두가 능력중심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 어수봉 교수(좌측)는 엄준하 발행인(우측)과의 대담에서 전문, 통찰, 애정을 담아 개인 역량개발과 성과 여정, 한국 HRD의 역사, 지금의 세상이 요구하는 직업능력, 직업훈련기관들을 위한 향후 행보 등을 다룬 질문들에 답했다.엄준하 발행인:
한기대 HRD대학원장 시절의 성과도 무척 감사한 부분이다.
어수봉 교수:
HRD담당자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길 원치 않았다. 그렇기에 통섭을 중시하며 4개 전공(고용전공, 인력개발전공, 인력경영전공, 진로 및 직업상담전공)을 만들었다. 또한, 학생들은 일과 학습을 병행하기에 수업과 과제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타협점을 찾아냈다. 학위 취득을 목표로 하되 분명히 배워가는 것이 있도록 대학원의 시스템을 다졌다고 보면 된다. 또한, 박사과정과 석사과정 모두 입학정원을 늘렸다. 내년 기준 입학경쟁률이 약 3.5 대 1인데 한국 HRD의 저변 확대와 위상 제고에 공헌했다는 증명과도 같아 뿌듯하다. 참고로 저는 올해 봄부터 한기대 HRD대학원에서 ‘노동시장특론’을 강의하고 있다. 그러니 강의실에서 저와 만날 미래의 HRD전문가들에게 미리 인사를 드리겠다(웃음).
엄준하 발행인:
우리나라 직업훈련기관들을 위한 역할도 부탁드리고 싶다.
어수봉 교수:
직업훈련기관들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인재들의 역량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뤄내는 데 공헌한 곳들이다. 한기대 교수로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미래 직업훈련기관 리더들을 모아 교류하고 학습하게 하면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솔루션을 생각해보며 한국 HRD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