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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국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풍성하고 즐거운 사회적 경험의 빈도를 늘려라 - 행복을 보는 올바른 시선 - 전문가 짚어주는 행복의 핵심, 기원, 조건 - 『월간HRD』 2025년 8월호
  • 기사등록 2025-07-29 19:36:39
  • 수정 2025-07-31 1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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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국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후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행복 심리학의 창시작인 에드 디너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이 대학에서 종신 교수직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연구와 강의에 힘쓰고 있으며, 지금까지 출판한 행복 논문들이 학계에서 수없이 인용되고 있는 세계적인 행복 심리학자다.



행복은 많은 사람의 입에 수시로 오르내리는 단어다. 산업계에서도 행복한 일터를 만들자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많다. 그런데 우리는 이처럼 핫한 키워드인 행복에 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어쩌면 성공이나 만족을 행복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월간HRD』는 이런 의문을 해소하고자 세계적인 행복 심리학자인 서은국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만나봤다. 그는 “우리 사회가 너무 과하게 행복에 취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진단하며 여러 ‘넌센스(nonsense)’를 바탕으로 전문가로서 행복의 핵심, 기원, 조건 등을 세세하게 짚어줬다.



엄준하 발행인:

행복에 관심을 두며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서은국 교수:

심리학의 관심 분야는 사실 불행이다. 지난 100년 동안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왜 불안해하는지,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주로 연구했었고 걱정과 불안을 없애면 자연스럽게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행복이 심리학에서 ‘마이너’한 분야였던 배경이다. 그러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해도 행복은 찾아오지 않았다. 쉽게 말해 행복이 파란색이라면 그동안 파란색을 만드는 요소를 연구하지 않고 빨간색을 지우고 있었던 것이며, 걱정과 불안은 사람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고 조심하게 하지만 행복은 새롭고 즐거운 뭔가를 경험할 때 생기는 부산물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말씀드린 부분이 제 지도교수님이자 행복 심리학의 창시자인 에드 디너 교수님이 썼던 논문의 요지다. 제가 행복을 연구하게 된 배경이라고 보셔도 된다.


엄준하 발행인:

행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기초를 잡아달라.

서은국 교수:

인류,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배가 고플 때는 사냥감을 쫓아갔고, 사춘기가 되면 이성을 쫓아갔고, 고통을 느끼면 회복에 집중했고, 목숨을 위협하는 생물을 보면 도망쳤다. 그리고 혼자 사냥하기 어려우면 타인과 힘을 합쳤다. 말씀드린 일들을 해내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설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생존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고, 즐거움도 주는 ‘something’ 덕에 인류는 진화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나 목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정신적인 도구라고 봐야 한다.


엄준하 발행인:

행복한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서은국 교수:

몇 년 전에 소개된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보면 사망요인 1위는 암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이었다. 암은 의학적 요인으로 1위다. 당장 돈이 없으면 굶어 죽는 사람이 아닌 이상 ‘풍성한 사회적 경험’이 없으면 백만장자도, 내향적이라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 이 결론은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된 것이며, 10만 년 전의 삶과 현대사회의 삶이 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행복 연구에서 중요한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된 이유이기도 하다.


엄준하 발행인: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입신양명(출세), 가족주의에 경각심을 주는 내용이다.

서은국 교수:

바로 보셨다. 돈이 없어서 굶는 사회가 아니라면 돈이 주는 행복 이윤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일수록 밖에서 사회적 관계를 풍성하게 가꿀 때 증폭되는 행복의 크기가 외향적인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또 우리 사회는 유교에서 비롯된 ‘입신양명(출세)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팽배하다. 그래서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취업해야 주변 사람들에게 ‘체면’을 차릴 수 있고, 나아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큰 착각이다. 고시합격을 예로 들면 이 결과가 주는 즐거움은 며칠 가지도 못한다. 가족의 경우 행복감을 거의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족이 중요한 이유는 서로 유전자가 엮여 있는 만큼, 감정을 나누지 않아도 삶과 일에서 뭔가가 잘못되었을 때 겪는 불행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족을 중시하면 일상에서 만나는, 소위 ‘울타리 밖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기에 집 밖에서의 일상이 피곤해지고 불쾌해지며 이런 가족이 많은 사회는 당연히 행복도가 계속 낮아지게 된다. 정리하면 행복의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하든 일상에서 즐거운 경험이 많은 것, 즉 ‘빈도’에 있다.



▲ 서은국 교수(좌측)와 엄준하 발행인(우측)은 현대인들이 행복에 관해 어떤 오해를 갖고 있으며, 행복을 올바로 바라보려면 어떤 부분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대담을 나눴다.


엄준하 발행인:

행복과 창의성의 상관성도 들려달라.

서은국 교수:

우리, 그리고 일본의 특성인데 모든 도시의 사인은 ‘하지마’다. 미래의 걱정거리를 없애려고 하는 것인데 이런 삶은 ‘넌센스(nonsense)’다. 움직이지 말라고 말하면서 행복해지라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행복에선 새로운 경험이 중요한데, 변수를 두려워하며 기존의 체제를 고수하려고만 하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 발현되지 못한다. 모르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은데 한국은 굉장히 안전한 사회다. 그런데도 우리는 위험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사회상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지향적 삶을 추구하면서 창의와 혁신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라는 뜻이다.


엄준하 발행인:

행복한 일터를 향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진단해달라.

서은국 교수:

기업은 수익을 목표로 하는 곳인 만큼 행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구성원이 행복한 일터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고위층에 있는 의사결정권자 중심의 수직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리고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기관들도 많은데 생각을 전환하시길 바란다. 행복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며 원래 걱정이 많고 불안해한다거나, 원래 호탕하고 덜 불안해하는 등 사람의 기질에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행복에 취해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러니 많은 조직이 행복의 본질을 깊이 학습해보면 좋겠다.


엄준하 발행인:

마지막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관해 말씀 부탁드린다.

서은국 교수:

내 시간에 즐거움을 주는 경험을 더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다수의 회사가 구성원의 행복 증진을 위해 설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참고로 호모 사피엔스의 약 98%는 불행하지 않고 약간 더 행복하다. 그러니 많은 분이 행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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