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호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AA(After AI) 1세기의 서막을 함께 선포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영혼과 육체에 결합된 ‘초인류’의 등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신년사 이후 많은 분께서 “그렇다면 초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에, 우리 HRD스탭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2월호에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AA시대 HRD스탭의 새로운 정체성과 우리가 끝까지 붙들어야 할 ‘휴머니티(Humanity)’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나누고자 합니다.
AA 시대의 지능은 마치 전기나 수돗물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자원이 되었습니다. AI가 커리큘럼을 짜고, 강의안을 만들며, 심지어 개인별 맞춤형 학습과 피드백까지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한 교육’이 가능해진 시대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완벽해질수록 구성원들은 더 깊은 ‘정서적 공허’를 느낍니다. 지식은 넘쳐나지만 그 지식이 내 삶과 어떤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지, 이 차가운 알고리즘 속에서 나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여기에서 AA 시대 HRD스탭의 존재 이유가 극명해집니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인간적 의미를 부여하고 정서적 연결을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가 되어야 합니다.
"AA 시대 HRD스탭의 역할은 인간적 의미를 부여하고
정서적 연결을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입니다."
지능이 상향 평준화된 조직에서 HRD스탭이 발휘해야 할 ‘독보적인 인간 기술(Human Skills)’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감적 큐레이션’의 힘입니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해 콘텐츠를 추천하지만, 구성원의 지친 어깨와 흔들리는 눈빛은 읽지 못합니다. HRD스탭은 구성원의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위로와 격려가 담긴 배움’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이 제공하는 ‘최적’의 길 위에 인간적인 ‘진심’을 얹는 일,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사명입니다.
둘째, ‘심리적 안전지대(Psychological Safety)’ 구축입니다. 초지능과의 경쟁 속에서 구성원들은 끊임없는 불안을 느낍니다. HRD스탭은 조직을 ‘실패해도 괜찮은 곳’, ‘서로의 취약성을 드러내도 비난받지 않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신뢰의 문화를 조성할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자신의 초지능을 창의적으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가치와 윤리’의 항해사 역할입니다. AI는 효율적이지만 윤리적이지는 않습니다. 기술이 나아갈 방향에 ‘인간 존중’이라는 나침반을 놓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HRD스탭은 우리 조직이 기술을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구성원들이 기술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그의 저서 ‘메가트렌드(1982)’에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욱 인간적인 접촉을 원할 것’이라며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Tech High-Touch)’를 예견했습니다. AA 1세기는 이 예언이 임계점에 도달한 시대입니다.
훌륭한 HRD스탭은 AI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디지털 마스터’인 동시에, 한 사람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와 눈을 맞추는 ‘휴머니즘의 수호자’여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고 날아오를 때, 그들이 돌아와 쉴 수 있는 따뜻한 대지(Ground)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이 시대 우리 HRD스탭이 걸어야 할 길입니다.
2월은 만물이 깨어나기 전 숨을 고르는 시기입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휴머니티가 조직의 꽃을 피우는 2월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6년 2월 1일
월간HRD 창간발행인 엄준하

엄준하 발행인
엄준하 『월간HRD』 발행인은 국내 인적자원개발 발전을 고민하고 연구하며 실천하는 HRD 선각자다. HRD를 통한 사람중심경영과 사람 사는 세상을 실현하고자 하며, 인력개발학박사로서 사단법인 한국HRD협회 이사장, 인생경영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