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담당자에게 어떤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은 어쩌면 ‘내 얼굴’을 세상에 내보이는 일과도 같다. 그래서 과정을 설계할 때면 자연스레 책임감이 따라온다. 이 교육이 정말 조직에 필요한 것인지, 현업의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도 겪는다.직무교육을 기획하며 스스로에게 여러 번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 과정이, 정말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일까.”라고. 당시에는 분명히 시급했던 주제였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과정을 설계했지만 막상 개발을 마치고 운영을 할 때… 공을 들여 만든 교육이었지만 어딘가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HRD조직의 전략적 위치와 역할’을 다룬 『월간HRD』 2월호의 「SPECIAL REPORT」를 읽으면서는 앞서 언급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특히, ‘학습은 업무 이후의 활동이 아니라 업무 중 발생하는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습용 콘텐츠보다 학습이 일어나는 타이밍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문장이 오래 여운으로 남았다.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 채 교육을 설계해온 것은 아닐까’하는 반성도 들었다.
그동안 직무교육은 DACUM 기반 직무분석, KSA 도출, SME와의 협업, 사내강사 육성 등을 활용하며 비교적 긴 호흡으로 개발해왔다. 이런 방식은 분명 체계적이고 의미가 있는 접근이다. 하지만 개발하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현업의 속도와 간극이 벌어질 위험도 커진다.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지금은 현업이 변화하는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이제 구성원들은 교육을 기다리지 않아도 생성형 AI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아서 현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HRD가 여전히 ‘프로그램 운영’ 중심에 머문다면 전략적 위치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HRD가 조직에서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금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SPECIAL REPORT」에선 AI 시대 HRD의 역할을 ‘AI를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일터에서 성과를 내는 행위 이면의 사고방식과 판단 기준, 협업 방식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교육을 설계하는 사람이 현장을 떠나는 순간, 그 교육은 이미 반쪽짜리가 된다’라는 깊이 와 닿는 문장을 담았다. 결국 전략적 HRD의 출발점은 거창한 체계나 도구가 아니라,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극히 HRD라는 하나의 관점으로만 회사의 전략을 풀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HRD가 조직에서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위치에 서기 위해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지금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2월호를 읽으며 HRD담당자로서의 책임감이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AI 시대일수록 HRD는 더 빨라져야 하고, 더 현장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동시에 성급한 자극이 아니라 구성원의 준비 상태와 환경을 깊이 살피는 정교함이 필요하다. 즉, 전략적 HRD는 현업을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 위에서 조금씩 구축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앞으로는 교육을 기획할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보려 한다. ‘이 교육은 정말 현장을 이해한 결과인가.’ 아마 이 질문을 놓치지 않는 것이 HRD담당자들의 전략적 HRD를 향한 첫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조주영 풍산 교육문화팀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