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미래가 빠르게 현재화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는 다름 아닌 ‘AI’로부터 만들어지고 있다. 필자는 창간 36주년을 기념하는 매거진이었던 『월간HRD』 7월호를 미래 지향적 시선에서 읽었는데 핵심은 ‘AI’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특별호에 담긴 HRD의 미래에 관한 여러 담론에는 AI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장이 담겨 있다. 이런 주장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 또는 우선순위 지향으로 인해 담론들 간 긴장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콘텐츠와 지식을 제공하는 AI의 역량’과 ‘맥락 파악이라는 인간의 역량’을 구분한 이분법적 접근은 인간 고유 역량을 설명한 ‘Human Touch’와 연결되고, ‘몰입의 순환구조’ 는 ‘리더십 재정의’와 연결된다. 또한, AI에 대한 인식이 ‘도구’에서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조직구조의 유연화와 연결된다. 반면, 긴장 관계에 있는 담론들의 경우 “AI를 더 깊게 써야 한다.”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에 투자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엄밀히 말해 이는 단순 대립이라기보다 우선순위 문제에 가깝지만, 여전히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리더의 핵심역량 측면에서도 AI 숙련도를 우선시하는 주장과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는 역량의 질을 우선시하는 주장 사이에는 배타적이지 않지만 미묘한 긴장이 있다. 조직 측면에서도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와 “절차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고, AI를 통한 작업시간 단축과 같은 업무 효율화의 증거들과 부작용에 대한 경험적 서사 사이에도 긴장이 노출된다. HR 온톨로지의 시작점인 스킬 기반 HRD 역시 인재 배치의 최적화와 AI가 무엇을 대체하고 무엇을 대체하지 못하는지를 계량화하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대두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구성원을 스킬과 데이터의 집합으로 환원하고 구조화했을 때 관계, 감정, 맥락 등의 요소가 밀려날 위험을 내포한다.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필자는 직장과 학업 생활을 병행하며 HRD 현장의 변화와 긴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문화적 부채’다. 필자가 수년간 해온 조직개발 업무에서 진단과 분석은 중요한 시작점인데 이 분야도 AI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 과거에는 10여 개 주요 조직의 심층 진단 분석 리포트를 만드는 데만 1개월 이상 걸렸다. 특히, 조직 변화를 결정적으로 끌어낼 핵심 시사점을 발견하려면 데이터를 다각도로 뜯어보며 깊이 고민하고, 수많은 토론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은 때로는 힘겨운 스트레스로, 때로는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AI는 이런 풍경을 바꾸고 있다. AI에 기반한 대시보드는 데이터를 올린 당일 모든 리포트를 깔끔하게 생성하여 제시한다. 물론 결정적 핵심 시사점까지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정보를 오류 없이 제공하고 있다. 효율화의 성공이다. 다만, 이전에 존재했던 답을 찾기 위한 구성원 간의 깊은 고민과 상호작용의 과정은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지불해야 할 문화적 부채의 한 모습이다.
2026년 딜로이트는 ‘글로벌 인적자본 동향 리포트’에서 “AI는 업무량을 늘리고, 스트레스를 가중하며, 외로움을 증가시키고, 자율성을 감소시키는 등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를 ‘문화적 부채’라고 주장했다. 또한, 작년에 학술지 「Computers in Human Behavior Reports」에 게재된 AI 의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자기결정성 이론(SDT)에 의거해서 심리적 욕구(자율성, 유능감, 관계성)가 유의미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화적 현상은 해결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그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조직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인간에게 남겨질 일’이다. 1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일을 AI가 하루 만에 완료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자크 라캉은 “실재계는 언어화되는 순간 상징계가 된다. 실재계를 상징계로 옮기려는 시도는 항상 필연적인 실패를 포함하며 그 실패는 결락(상징계의 불완전성)으로 나타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이 세상을 설명하고 그것이 실재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AI는 Large Language Model(LLM)로서 상징계를 학습한 존재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이 실재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 AI가 결락된 상징계를 학습한 불완전한 존재라면, 인간은 상징계를 넘어 실재계에 접근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만이 우리에게 남겨질 영역일 수 있다. 단, 인간이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실재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도 결락은 필연적인 현상이며 그 너머를 보기 위해서는 인간학에 대한 깊은 학습, 경험, 성찰이 필요하다. HRD 또는 OD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AI의 능력이 강해질수록 AI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인간 고유의 가치(맥락, 관계, 감정, 윤리, 책임 등)는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HRD의 미래 과제는 인간적 가치를 의도적으로 설계한 뒤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에서 HRD의 미래 과제는
인간적 가치를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신훈 기아 조직개발팀 책임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