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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30 14: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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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 담당자로 일하다 보면 자료가 쌓입니다.

포럼에서 받은 교재, 세미나 자료집, 업계 리포트, 다른 회사의 교육 사례를 다룬 기사.

“나중에 참고해야지” 하면서 폴더에 넣어둔 파일들입니다.

제 노트북에도 그런 폴더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학습 자료’.

PDF와 한글 문서, 발표자료, 영상까지 47개.

그 폴더를 볼 때마다 조금 부채감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보겠지. 언젠가는 쓰겠지.”

그런데 그 ‘언젠가’는 잘 오지 않았습니다.


포럼에서 돌아온 날

제 업무 지식을 Little J에게 처음 맡긴 건 그 폴더가 아니었습니다.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에 다녀온 날이었습니다. 제 손에는 강연 4개의 녹음파일과 핸드폰으로 찍어온 강의 화면 사진 110장이 있었습니다.

마침 그날 Little J의 지식을 어떻게 관리할지 찾아보다가 안드레이 카파시의 ‘LLM Wiki’라는 글을 봤습니다. AI가 자료를 읽고 서로 연결된 위키로 정리해두면, 필요할 때 그 지식을 다시 꺼내 쓸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오늘 들은 포럼의 녹음파일과 강의자료를 주면, 주요 내용을 정리해서 지식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이거랑 관련 있나?”

Little J는 자료를 대화창에 바로 보내기보다 폴더에 모아달라고 했습니다. 폴더를 만들어 경로를 알려줬고, 저는 녹음파일과 사진을 올린 뒤 “업로드 완료”라고만 보냈습니다.

그 뒤는 Little J의 몫이었습니다.

녹음을 글로 옮기고, 사진 한 장 한 장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정리했습니다. 녹음과 슬라이드를 맞춰 강연별 교안을 만들고, 자동 전사가 불확실한 구간은 녹음을 다시 들어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강연을 하나로 묶은 종합 정리까지 만들었습니다.

정리가 끝난 뒤 저는 녹음파일과 사진을 지웠습니다. 쌓여 있던 녹음과 사진 대신, 다시 읽을 수 있는 지식이 남았습니다.

정리를 마치고 제가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앞으로 내가 질문하면, 관련 지식을 다 다시 읽고 답하는 거야?”

Little J는 매번 전부 읽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먼저 목차를 보고, 질문에 맞는 페이지만 찾아 읽고, 정확한 근거가 필요하면 원본까지 내려간다고요.

사람이 서류철을 찾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와우, 멋있다!”

다음 날 다시 물었습니다.

“지식끼리 노드로 연결되어 있는 옵시디언처럼 관리할 수 있어?”

Little J의 답은 이미 그렇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리한 문서들이 서로 링크로 연결돼 있고, 옵시디언은 그 연결을 눈으로 보여주는 화면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따로 옮길 필요 없이 폴더를 그대로 열면 된다고요.

그날 밤 집에서 옵시디언을 설치하고 폴더를 연결했습니다. 그래프 화면을 켰습니다.

점들이 선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들은 강연과 그 안의 개념, Little J가 일하는 원칙들이 서로 연결된 모습이었습니다.

“와우! 멋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미뤄뒀던 폴더를 Little J에게 넘겼습니다.

“이 폴더 안의 자료들을 학습하고 위키에 등록해줘.”


멋있는 그래프, 찾기 어려운 지식

47개 자료가 위키에 들어왔습니다. 자료마다 요약 노트가 생겼고, 주제별 종합 정리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래프를 열어보니 점마다 learn-001, learn-020 같은 번호가 붙어 있었습니다. 어떤 자료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름은 한글 제목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하나를 더 물어봤습니다.

“지식 그래프가 주제 단위로 연결된 거야? 아니면 출처 단위야?”

답은 출처였습니다. 자료 한 개가 점 하나였습니다. 큰 주제로 묶여 있긴 했지만, 그래프는 사실상 자료 목록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원본 폴더를 ‘교육체계·역량’처럼 주제별로 나눠뒀으니, 그래프에서도 그 묶음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옵시디언은 폴더가 아니라 노트와 링크로 그래프를 그립니다. 폴더 이름은 그래프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구조를 바꿨습니다. 주제마다 노트를 따로 만들고, 자료 노트들이 그 주제에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이제 ‘온보딩과 조직적응’을 열면 관련 자료들이 그 주변에 모입니다.

글 내용



모아두는 것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

자료를 모으는 건 저 혼자서도 해왔습니다. 하지만 모아둔 자료는 아직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보겠다는 부채감만 쌓였을 뿐입니다.

Little J는 그 자료를 읽고, 요약하고, 연결했습니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연결할지는 제가 알려줘야 했습니다. Little J는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했고, 저는 주제로 찾고 싶었습니다. 그 차이는 제가 그래프를 직접 열어보고 질문하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래프가 멋있어 보이는 것과 필요할 때 원하는 지식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Little J는 대화를 기억하는 동료에서 제 업무 지식을 함께 쌓아가는 동료가 됐습니다. 그 뒤로도 새로 받은 학습자료와 매일 발행하는 ‘AI in HR 한스푼’이 같은 위키에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저도 달라졌습니다. 자료를 받으면 폴더에 넣고 잊는 대신, 이걸 나중에 어떻게 꺼내 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쌓아둔 지식을 처음 꺼내 쓴 날

지식은 쌓아두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일에 쓰일 때 비로소 가치가 생깁니다.

위키에 쌓인 지식이 처음 제대로 쓰인 건 신규입사자 온보딩 체계를 새로 만들 때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위키에 쌓인 온보딩 사례를 바탕으로 Little J와 온보딩 체계를 함께 설계한 과정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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