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진단은 결과표를 받는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다. 2026년 로지스올이 처음 조직문화 진단을 실시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도 그 이후였다. 구성원의 의견을 확인한 다음, 이 결과를 조직 안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실제 변화로 이어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로지스올은 매년 인사설문을 통해 인사제도와 조직 운영에 대한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왔다. 하지만 조직이 성장하고 여러 변화가 이어지면서 기존 설문만으로는 조직문화와 몰입, 소통과 협업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을 충분히 살펴보기 어려워졌다.
기존 인사설문을 대체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확인해 온 내용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현재 조직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조직문화 진단을 시행하였다. 첫 진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의미도 있었다.
진단을 준비하면서 문항 설계만큼이나 이후의 과정에 신경을 썼다. 설문을 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구성원에게는 또 하나의 조사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결과 공유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했다.
진단을 통해 권한과 의사결정, 성과관리, 조직 간 협업, 성장과 동기부여 등 조직 전반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사에는 주요 결과를 요약해 공유했고, 이후 각 계열사 대표들과 별도로 결과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점수 자체보다 각 법인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더 집중했다. 현장에서 실제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어떤 결과에 특히 공감하는지, 조직별로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던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와 구성원의 의견을 함께 놓고 보니 막연하게 느끼던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눠볼 수 있었다. 같은 결과라도 조직의 상황에 따라 원인과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개선과제를 정하기보다 먼저 각 조직의 해석을 듣는 과정을 거쳤다.
조직별 의견을 들은 뒤 다시 논의를 거쳐 실제 추진할 개선과제를 정리했다. 모든 조직에 같은 과제를 적용하기보다 각 법인과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을 정하도록 했다. 조직마다 상황도 다르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달랐기 때문이다.
여러 법인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거나 지원부서의 역할이 필요한 내용은 별도로 묶었다. 각 조직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와 전사 차원에서 함께 풀어야 할 과제를 나누고, 관련 부서와 추가 논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원칙은 분명했다. 조직문화 진단에서 나온 모든 문제를 HRD의 과제로 두지 않는 것이다.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슈라고 해서 모두 교육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HRD 역시 지원부서로서 직접 맡아야 할 과제는 추진하되, 각 문제를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조직이 실행의 주체가 되도록 역할을 나눴다. 진단 결과를 특정 부서의 과제로 한정하기보다, 조직 전체가 각자의 역할에서 함께 풀어가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진단 결과를 조직 안에서 더 넓게 공유할 필요도 있었다. 전사에 주요 결과를 요약해 전달했지만, 요약된 내용만으로는 결과의 배경이나 현재 조직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까지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그래서 리더십 교육에서도 주요 진단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결과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기보다 현재 우리 조직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고, 리더들이 각자의 조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한편 올해 여름에는 본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런치투게더도 처음 운영했다. 런치투게더는 평소 업무상 접점이 적은 구성원들이 식사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진단에서 확인된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씩 늘려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현재 로지스올은 진단 결과를 확인하는 단계를 지나 개선과제를 실행하는 과정에 있다. 각 법인과 부문, 관련 지원부서가 맡은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교육 파트는 분기별로 진행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실행 과정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관련 조직과 다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첫 조직문화 진단을 진행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설문에 참여한 뒤 자신의 의견이 어떻게 다뤄졌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진단 이후 작은 부분이라도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 경험이 쌓여야 구성원도 다음 진단에서 다시 솔직하게 의견을 낼 수 있다.
아직 이번 진단의 효과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 다음 진단에서는 점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만 확인하기보다, 구성원이 “지난 진단 이후 실제로 달라진 것이 있다”고 느끼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싶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번 진단에서 정한 과제를 꾸준히 실행하고, 그 과정을 계속 확인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HRD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더 정교한 진단 도구를 찾는 것만큼 진단 이후의 과정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결과를 함께 해석하고, 각 조직이 풀어야 할 과제를 나누고, 실행할 주체를 연결한 뒤 그 변화가 이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조직문화 진단의 의미는 결과를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구성원의 목소리가 실제 조직의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단의 의미도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