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한 번 있는 시간, 오늘이 어제 세상을 떠난 어떤 사람에게는 가장 살고 싶었던 한순간이다. 단 한 번 있을 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한다면 한순간,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 지금 여기 HRD로 두 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인 '현재'를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 방안을 제시해 본다. 단 하나의 사랑으로 오로지 소리길을 걸었던 주인공 유봉, 송화, 동호가 등장하는 뮤지컬 <서편제>를 통해 모색해봤다.

▲ 배우 장은아가 송화를 연기하는 뮤지컬 <서편제>의 한 장면
오케스트라가 산 배경 뒤에서 연주한다. 이 땅 저 땅을 돌아다니는 소리꾼의 걸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눈여겨봤더니 밑의 마루가 동그랗게 돌아 시간 의 반복되는 순환과정을 말하는 듯하고, 벽 배경에는 빔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영 상이 풍경을 바꾸며 돌아가, 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다. 무대 위의 소품장치 때문인지 소나무 혹은 종이 향이 나는 것이 한국의 1940년대에서 60년 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리꾼의 얘기인 <서편제>의 시대적 배경과도 맞아 떨 어진다.
뮤지컬 <서편제>는 자신의 소리를 찾는 얘기다. 오래 지난 한국인의 창법 판소리를 통해 자신의 소리를 내고자 하는 송화와 송화를 통해 자신의 못다 이룬 명창의 꿈을 꾸려 하는 소리꾼 아버지, 그리고 그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결국 자신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동생 동호. 이 세 명이 삶을 바쳐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얘기가 펼쳐진다.

HRD의 득음은 ‘나’를 찾는 것
배을규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2009년도에 자신이 저술한 책 <인적자원 개발론>에서 “HRD는 개인, 집단, 팀, 조직, 지역사회, 나아가 인류 전체를 위해 개인개발, 경력개발, 조직개발과 같은 다양한 학습과 수행 개선 활동을 통해 일과 전문성을 신장하고 발전시키는 활동이다”라고 HRD를 정의했다. 뮤지컬 <서편제> 중 송화를 훈련하고 교육하는 유봉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인 명창을 만들기 위해 송화에게 한을 심어준다. 이를 승화해 자신의 소리를 찾게끔 하는 아버지의 소리에 대한 집념이 무서울 정도다. 이 집념은 결국 송화의 눈을 멀게 하고, 송화는 아버지의 뜻을 받아 결국 한(恨)을 승화해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는 예술가들이 각자 삶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해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노래나 연주 솜씨가 매우 뛰어난 경지에 이르는 것이 득음이다. HRD에서 득음이란 나다움을 찾는 것. 내가 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알아 성과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고, 내가 본래 태어난 의미와 결을 알고, 내가 왜 이런 모양, 이런 성향, 이런 색으로 태어났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이유에 대해 명확히 알 때, 삶에서 오는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반응으로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전달할 수 있다.

소리가 뭐기에
자신의 소리길을 찾은 동호가 함께 떠나자고 할 때, 송화는 말한다.
“그럼 내 소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감수할 정도로,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송화가 찾으려는 것은 무얼까. 기자가 내린 결론은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인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이다. 내가 왜 사는지, 나는 누구인지 등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다. 나답다는 것, 나로 태어났기에 할 수 있는 것. 모든 주체가 ‘나’다. 나와 조직을 제대로 알 때, 주어진 일을 행하며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서편제>에서 자신의 소리를 찾기 위해 맞닥뜨려야 하는 고통은 충분히 감내할 것이 된다. 궁극적으로 더욱 고결한 가치. 자신의 존재 이유를 대변하는 득음의 세계, 서편제 소리의 경지와 연결된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송화를 이 소리의 경지에 이르게 돕는 아버지 유봉의 훈련은 혹독했지만, 송화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결국 자신이 목적한 자신의 소리를 찾아낸다. <서편제>에서 말하는 소리는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HRD도 이것을 독려해야 한다. 가장 자신다운 음색을 내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비록 그 훈련의 길이 고될지라도 말이다. 결국 HRD에서 내야 할 소리의 경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결을 살리고, 자기됨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진짜 소리를 찾기 위해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송화가 마지막까지 되지 않았던 한을 속으로 삭이는 것. 그래서 예술로 승화하는 것. “아~아~”하며 한숨을 내쉬는 소리처럼 자신의 감정을 쉽게 밖으로 표출해 가벼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고통으로, 기쁨을 기쁨으로 충분히 마음속에 묵혀 두었다가 나중에 빠지는 마음의 진액에서 자신의 온전한 소리가 나온다. 나를 버릴 때, 나를 비울 때, 나의 상처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나’가 나온다.
이제 이를 HRD에 적용해보자. 내 눈앞을 가리는, 내 마음 앞을 막는 무엇이 내가 원하는 무엇에 눌려 나오지 않을 때, 이 모든 것을 비울 수 있는 ‘나’로 가보자.
글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