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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09 13: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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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돈 없으면 공부도 못시킨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을 좌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올바른 인간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이 꼭 돈이 있다고 수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면서도 두 아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낸 유쾌한대화연구소 이정숙 대표의 조언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정숙 대표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오래전 대학을 졸업 후 KBS 공채 3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20년간 근무를 했다. 요즘보다 훨씬 열악한 당시 상황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성공적으로 직장생활을 해낸 셈이다. 더구나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이면 보통의 엄마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꼈을 때 그 즉시 회사를 그만두고 중학생 두 아들과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대개는 자녀가 우선이지만, 그녀의 경우는 자랑스러운 자녀로 키우기 이전에 스스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자기 철학이 있었다.

 

남다른 교육 철학

이정숙 대표의 교육방식은 독특했다. 무엇이든 아이 스스로 원해서 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의도적 방치’가 그것. 때론 그런 교육법을 두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엄마’라는 오해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그녀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수년의 시간이 흐른 후 결국 그녀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은 두 아들이 증명해 냈다.

 

큰 아들은 미국 미시간대학교 건축과와 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현재 뉴욕의 파킨스 이스트만 건축회사에서 세계 주요 도시의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뉴욕대학 2학년 무렵 <공부의 기술>이란 책을 출간하며 원조 공신으로 등극한 것. 이후 그는 뉴욕대학을 졸업 후 프랑스 소르본대학 문화어학원에서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 문학 대학 준비 과정을 이수했다.

 

이어 프랑스 국립 미술사 고등교육기관인 ‘에콜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에 입학해 미술사까지 섭렵했다. 재학 중에 이미 ‘앤드 스튜디오’를 설립해 <비즈니스의 탄생>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추구하는 토털 인텔리로서 군 복무 역시 빼놓지 않았다.

 

그는 현재 7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전문가이자, 작가, 강연자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세상에 전파하고 있다. 혹자는 그런 어머니와 아들들의 삶을 두고 ‘운이 좋았다’거나 ‘타고난 재능’으로 일반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운이 좋고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평범함을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다시 말하자면, 결국 아들들을 키워낸 이정숙 대표의 교육에는 특별한 무엇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좋은 엄마의 비결

‘품 안에 자식’이라는 말은 이정숙 대표에게도 적용된다. 이제 장성해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아들들을 적극 지지하는 그녀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세대차, 생각의 차이는 존재한다. 여자 친구를 사귈 때 누구인지를 궁금해 하는 자신를 두고 ‘잔소리가 좀 많으시다’고 표현하는 둘째 아들. 자유분방함에 익숙한 아들의 그런 태도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게 하지만 그 조차도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는 것이 이정숙 대표의 방식이다.

 

“서운함이 간혹 있죠(웃음). 하지만 그 서운하다는 기준 역시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합니다. 친정아버지 역시 저를 그렇게 가르치셨고요. ‘내가 저 아이라면 어떨까’를 가장 먼저 고려해요. 결국 서운한 것도 내가 옹졸한 것임을 빨리 깨닫죠. 그래도 가끔 욱 할 때는 있어요. 물론 여자 친구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 것까지 화내는 건 좀 너무하지만(웃음). ‘어떻게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하지 않는 게 제 원칙이기 때문에 아들이 발끈하면 ‘어 그래 내가 잘못한 것 같네’하니까 오래 안가죠.”

 

특히 둘째 아들은 장난스레 어머니를 흉보곤 하지만 친구들에게는 ‘내가 아는 세상에서 제일 엘레강트한 여자’라고 자랑한단다. 어머니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는 이 표현은 실제로 프랑스 아들들에게서 자주 언급되는 칭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정숙 대표는 아들에게 칭찬을 듣는 어머니라는 말이다.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그녀는 어머니로서 때로는 냉정하리만치 독립적으로 아들을 대했고 아들들은 당연하다는 듯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어린 시절 이정숙 대표는 뒷바라지를 받으며 커온 친구보다 자신이 삶을 훨씬 유능하고 긍정적으로 산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방식을 그대로 아들들에게 적용한 것이다. 자녀를 애지중지하는 요즘의 한국 부모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우리나라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못하는 아이들도 어떻게든 끌고 가르친다는 점’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부러워한다고.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교를 졸업해도 자국어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위권 학생들의 교육방식에 국한 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표가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는 바로 그것이었다.

 

“빌게이츠와 같은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해요. 능력별 수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람마다 능력이 다른 것이 현실인 만큼 교육의 수준도 달라야한다고 생각해요. 다 같이 가자는 것은 공산주의와 비슷합니다. 잘하는 사람을 끌어내리고 못하는 사람을 끌어올려 중간을 만드는 거죠. 결국 그런 방식이 선진국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거예요.”

 

그러나 시스템의 문제보다도 이 대표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부모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부모가 아이를 망치는 상황’이라 규정하는 그녀의 마지막 말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저 만큼 자녀를 키워놓고 보면 부모 노릇을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가려지죠. 예전에 자녀교육에 극성이었던 지인들을 보면 교육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더군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결국은 제가 옳았다는 것이 입증 된 셈이죠. 눈앞의 결과, 시험 점수와 학교레벨 같은 것에 부모가 흔들릴수록 아이들은 좌표를 잡기가 어려워집니다.

 

세상은 엄청나게 빨리 변하는데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거죠. 예전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농토를 지켜야한다는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그것과 다를 바가 없는 거예요. 자녀가 앞으로 나아갈 자질이 있음에도 뒤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부모가 하는 거죠. 잘못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돈 들여 아이를 망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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