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2일 서울 서초구 소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발표 중인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의 모습. (사진 출처: 현대자동차그룹)지난 8월 12일 서울 서초구 소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전통적인 현대차그룹의 문화가 AI 도입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AI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안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전통적인 태도가 오히려 새 기술을 받아들이고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동석한 성화창 현대차·기아 AX PMO분과 팀장 역시 "우리만의 역량으로 AI를 비롯한 신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어떤 새로운 기술이 들어와도 우리만의 조직 문화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빠르게 학습해 필요한 성과로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진은숙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나서 연구개발부터 제조, 정비, 고객 대응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전사적 AX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 정의선 회장이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후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했고, 이를 기반으로 AX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될 정도로 기업 문화 자체가 빠르게 변화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본인이 직접 바이브 코딩을 배울 정도로 AX에 관심이 높다는 후문이다. 바이브 코딩은 개발자가 코드를 직접 입력하는 대신, 일상 대화처럼 자연어로 필요한 기능을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그에 맞춰 실행 가능한 코드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래밍 방식이다.
진은숙 사장은 "정의선 회장께서 본인을 포함한 고위 임직원들이 직접 바이브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당부해 실제 사내 교육이 진행됐다"며 "(정 회장은) 고위 임원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지 않으면 조직 변화를 이끌 수 없다고 항상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생산현장부터 제품까지 현실의 기계장치와 AI의 연동을 통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박근한 머신러닝랩 상무는 "AI는 단순한 툴(도구)이 아니라 전반적인 업무 과정의 변화를 가져온다. 우리는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익혀왔고, 이런 과정이 피지컬 AI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한 탄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챗 프로'다. 지난해 본격 도입된 플랫폼으로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사용자가 3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 임직원의 약 80%에 해당하는 숫자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임직원들도 AI 모델을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청이나 의도를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탐색·분석해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진은숙 사장은 "비 개발자가 만든 AI 에이전트가 내부문서 5000건을 삭제한 사례가 있었다. 복구는 했지만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AI 활용과 관련 최근 방한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역시 '우리도 혼돈상태(chaos)'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진 사장은 "젠슨 황은 생성된 AI 에이전트를 폐쇄망에 가둬놓고 그 안에서만 동작하게 하며 지켜보는 방식으로 통제한다고 했다"며 "통제 및 보안 이슈는 항상 중요하다. 'H 챗 프로' 역시 외부 AI 모델을 통합할 때 우리가 요구하는 보안 수준을 제공하는지가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부연했다.
또 진 사장은 AI 활용에 있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지말라'는 속담을 인용,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문제해결이 아니라 AX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바텀업(밑단에서 위로 올라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다수였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목표를 정하고 탑다운(윗단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며 "현재 (현대차그룹은) 차량 개발 기간 단축이란 목표 아래 요소별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AI를 통해 풀어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